그는 자서전에서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 남북정상 회담 뒷얘기,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심경 등을 상술하고 있다. 특히 평생을 침묵해온 ‘출생의 비밀’과 자신을 죽음의 문턱으로까지 몰고가며 끊임없이 탄압했던 정적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소회도 털어놨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2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자서전' 출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과거 건설 회사에 재직할 때의 안하무인식태도를 드러냈다”, “실용적인 사람으로 알고 대세에 역행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는데잘못 본 것 같다”, “그는 실용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것 같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대북정책에 대해선 “이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서도 “결국 노 대통령의 자살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강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1987년 민주화 동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와 관련해선 “나라도 양보를 했어야 했다”, “너무도 후회스럽다”, “국민들에게 분열된 모습을 보인 것은 분명 잘못됐다”며 자책했다. 그는 그동안 대통령 중심제를 지지했지만 “이제 민의를 따르지 않는 독재자는 민의로 퇴출시켜야할 때가 됐다”며 “이원 집정부제나 내각 책임제를 도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개헌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자신의 출생과 관련해선 “내 어머니는 평생 작은댁으로 사셨다”는 말로 친모인 고(故) 장수금 여사가 본처가 아니고, 자신이 ‘서자’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나는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내 출생과 어머니에 관해서 말하지 않았다. 많은 공격과 시달림을 받았지만 평생 작은댁으로 사신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사실을 감춘다해서 어머니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셨고, 나 또한 누구보다 어머니를 사랑했기 때문이다”라고 그동안 숨겨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밖에 세 아들 홍일.홍업.홍걸씨가 로비 사건에 연루돼 기소되거나 구속된 데에 대해선 “억울하다”며 절절한 심정을 밝혔다.
양원보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