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사들은 학생들 대화에서 욕설과 비속어, 인터넷 은어 사용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한글날을 앞두고 7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 455명을 대상으로 학생 언어사용 실태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2.7%는 ‘학생 대화에서 욕설과 비속어 비율이 20∼50%는 된다’고 답했다. ‘비속어 등 비율이 50∼70%’라는 응답도 22.4%나 됐다. ‘20% 이내’라는 답변은 16.4%에 그쳤다.
학생들이 자주 쓰는 은어와 비속어는 ‘병맛’(어이없음, ‘병신 같은 맛’의 줄임), ‘열폭’(열등감 폭발), ‘레알’(정말), ‘쩔라’(최고로), ‘베프’(베스트 프렌드), ‘비추’(추천하지 않음), ‘얄짤없다’(인정사정없다), ‘담탱이’(담임선생), ‘안습’(안타깝다) 등이다. 이런 말 대부분을 안다는 교사는 전체의 14.7%뿐이었다.
교사들은 ‘조사(助詞)를 빼면 대화의 반 이상이 욕설과 비속어, 은어로 이뤄져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66.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6.4%는 ‘학생들이 욕설, 비속어, 은어를 쓰는 것을 거의 매일 본다’고 전했다.
교사들의 언어환경이 나빠진 원인으로는 주로 인터넷을 꼽았다. 응답자의 49.2%가 인터넷 등장으로 학생 욕설과 비속어 사용이 더 심각해졌다고 봤고, 96.2%는 인터넷 시대 이전과 비교할 때 욕설, 비속어, 은어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의 81.5%는 ‘(학생에게 지도를 하면) 겉으로 수긍하지만 속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느낀다’고 답해 언어사용 지도가 별 효과가 없음을 인정했다.
교총 정종찬 대외협력국장은 “학생 욕설문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올바른 언어사용을 위해 전체 교육계가 합심해 특별수업, 아름다운 우리말 쓰기 캠페인 등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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