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화 배우에 대한 추억
2003년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배우협회 연기상, 2004년 아름다운 연극인상을 받은 ‘최일화’라는 배우가 있다. 예전엔 대학로에서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엔 텔레비젼 드라마나 영화관의 스크린 속에서 더 자주 뵐 수 있는 분이다.
2004년 여름, 엄마와 대학로를 거닐다 배우 최일화씨를 만난 적이 있다. 전에 연극<삼류배우>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 안면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렸더니 “어머님이 상당히 미인이시다”라는 말을 던지셨다. 헤어지고 난 후, 옆에 있던 엄마에게 ‘연극배우이자 곧 더 유명해질 배우’라고 소개해드렸더니, “그래? 난 한번도 본 적 없는데,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 같구만”이라는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엄마와 최일화 배우의 짤막한 만남은 잊혀진 듯 했다.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엄마가 최일화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2005년도 SBS 드라마<패션 70s>가 한창 방영될 때 “나한테 미인이라고 한 탤런트가 텔레비젼에 멋있게 나온다.” 라는 말을 던지시더니, 곧 KBS1 전원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에서도 최일화 배우를 보게되자 이젠 함박 웃음을 지으시며 “여기에도 나오내. 대학로에서 볼 때 자세히 얼굴 좀 봐둘 것 그랬다”라고 호들갑을 떠신다.
2010년엔 SBS 드라마 <대물>의 왕팬이 되시더니 “수요일과 목요일 밤엔 고현정이랑 최머시기(참고로 엄마는 전라도 분이시다)탤런트 보는 게 재미있다”라고 하셨다. 기자는 밤마다 공연장에서 사느라 그 유명한 드라마 <대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관계로 "최머시기가 누구에요?"라고 되물으니 답답해하며 “거 있잖아. 나한테 미인이라고 말한 탤런트”. 배우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미인’이라는 말만은 까먹지 않고 두고 두고 말씀하시는 엄마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얼마 전에, 드라마 <대물> 촬영 현장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프레스 콜이 겹쳐 잠시 얼굴 뵌 적 있는데, 간단히 안부 인사만 드리고 ‘드라마를 보고 엄마가 팬이 되었다’는 말을 못 전해드려 아쉽다. 또한, “텔레비젼이나 영화가 아닌 연극무대에서도 많이 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이 지면을 빌려 대신 전한다.
예감이 확신으로 굳어진 배우
이 외에도 기자가 지켜보는 배우 중에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이 꽤 있다. 물론 기자만 지켜본 게 아니라 다른 관계자들 역시 함께 조용히 지켜봤겠지만 말이다. 그중에서 연극배우들로 범위를 좁혀 말하자면, 배우 염혜란을 2003년부터 꾸준히 지켜본 가운데 2004년 아름다운 연극인상 인기상 2006년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에 이어 2009년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 2010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했다.
2010년엔 배우 박완규를 점찍었다. 연극 [잠못드는 밤은 없다]을 보고선 인터뷰 날짜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인터뷰 요청을 하지 못하는 사이 2010년이 흘렀다. 연말이 되자 동아연극상 유인촌 신인연기상, 제15회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 제3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상을 획득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수상소식이 기쁘기도 했지만 너무 빠른 듯 해 조금은 아쉬웠다. 벌써 저렇게 3관왕을 해버리면 연극팬들이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기대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은밀히 지켜보고 있는 8인의 배우들
이외에 2011년에 은밀히 지켜보고 있는 배우들을 소개한다. 여기 소개하면 공개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는 셈이 되지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조용히 연극 무대에서 열정을 태우고 있는 젊은 연극배우들에 대한 작은 위로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매일 매일 연극 보면 떡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라고 말하는 엄마, 아빠의 잔소리, "왜 집에 들어오냐? 아예 대학로에서 방 얻어 나가 살아라"라고 말하는 남편의 책망, "엄마는 내가 좋아? 연극이 좋아? 라고 묻는 딸의 한탄을 뒤로 한 채 달려나가 만난 연극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믿음직한 남자배우 3인
우선, 극단 전망의 배우 김수현이다. 이미 2008년에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을 수상해 평단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이다. 2010년엔 연극 <리회장 시해사건><오감도><사랑이온다>로 관객들에게 연극 보는 기쁨을 선사했다. 특히, <오감도>와 <사랑이온다>에서 만난 그의 눈빛은 좀처럼 잊기 힘들다. 2011년 차기작으론 연극 <친정엄마>의 뽀글이 머리를 한 남편 역할이다. 사진을 보자마자 웃음이 튀어나왔던 김수현의 무대 모습이 궁금해서라도 세종문화회관으로 달려가봐야 할 듯 하다.
두번째로 지켜보고 있는 젊은 남자배우로는 홍기준이 있다. 홍기준은 2008년 '100페스티벌'에 참가해 '미래연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10년엔 <밑바닥에서>에 출연한 이후 <바미 기펐네>로 관객과 만났다. 김태훈 연출의 <바미 기펐네>에서 지체장애인 역을 완벽히 소화해내 그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2011년에 좀 더 많은 작품으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났으면 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이다.
배우 이갑선 역시 보도자료 속에 이름이 올라와 있으면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배우 중 한명이다. 2009년에 이어 2011년엔<장석조네 사람들>에 출연중이다. 진지하게 생긴 얼굴로 똥장군을 진 광수애비역, 육손이 광수 역을 번갈아 가며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다. <맹목> <환상동화><있.었.다>등으로 이미 배우의 입지를 굳혔다. 유명 연극인상에서도 곧 그 이름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한 예감 역시 든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여자배우 5인
지켜보고 있는 여자배우로는 김선영, 우미화, 박성연, 김나미, 최설화를 들 수 있다. 연극열전 3 의 <경남창녕군길곡면>배우 김선영은 생활인지 연극인지 헷갈릴 정도로 리얼한 연기를 선보였다. 연극 작품에 더 많이 출연하면 좋을텐데, 다작을 하지 않는다. 그녀가 어떤 연극에 출연한다는 말만으로도 기뻐할 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연극배우 우미화는 2005년 <부부쿨하게 살기>로 기자의 눈에 들어온 후, 2008년 2009년 2010년에 <감포사는 분이, 덕이, 열수>에 출연해 카리스마 있는 여자배우로서 자리매김했다. 2010년에 <싸우는 여자><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을 말을 했을까?>등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언론의 많은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제 6회 여성연출가전 참가작 김수희 연출의 1인극<싸우는 여자>를 보고선 그녀의 연기에 더욱더 기대감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2011년에 그녀의 차기작은 뭘까? 궁금해하고 있는 중이다. 2011년에 살아있는 캐릭터로 분해 무대를 누빈다면, 기대되는 연극인상에 낙점될거라는 조심스런 예감도 가지게 하는 배우이다.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배우 박성연은 2009년 2010년 <어느 날 문득, 네개의 문><당신의 잠>에 출연해 기자의 궁금중을 유발시켰던 인물이다.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이며 내공을 드러낸 박성연의 2011년 차기작으론 2월부터 공연되는 성기웅 연출의 <해님지고 달님안고>이다. 이 작품도 놓치지 말아야 할 듯 하다.
젊은 연극 배우 김나미는 <쉬어매드니스><옥탑방 고양이><가족 오락관><아직 끝나지 않았다>등으로 관객들과 만나왔다. 개인적으론 연극 <아직 끝나지 않았다>에서 그녀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2011년엔 안석환 연출의 <대머리 여가수>에 출연중이다. 그녀의 연기변신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는데, 조만간 극장으로 가서 그녀의 내공을 직접 체감하고 와야 할 듯 싶다.
마지막으로 배우 최설화는 연극 <책, 갈피>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은 배우이다. 강렬하거나 특색있는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떨쳐버리기 힘든 매력을 연기 속에 드러내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기자가 지켜보고 있는 젊은 배우들, 시간이 얼마 걸릴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분명 명배우란 칭호를 받게 될 날이 온다. 그도 아니면 연극팬들이 마음속으로 주는 연극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단, 이들 배우들이 연극배우의 길 중간에 주저앉은 채 다른 길로 가버리거나, 영화쪽이나 TV 무대로 많이 가 연극무대에서 보기 힘든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가져보게 된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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