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첫 대북 ‘核압박’ 가시화… 양측관계 복병될듯 중국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통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중국 입장에 변화가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의 한 대북소식통은 27일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시설 조사 및 안전확인 작업을 북한에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향후 1년간 중국 전역의 원전시설 안전성을 조사하면서 북한의 핵시설도 들여다보고 싶어한다”며 “중국이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안전성 문제에 관한 우려를 북한 측에 전달했거나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움직임은 북한이 핵 개발을 추진한 이후 사실상 첫 ‘핵 압박’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중 간 갈등이 이를 계기로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원전사태 이후 중국에서는 북한의 핵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국제뉴스 전문사이트인 관영 국제재선(國際在線)은 최근 ‘일본 대지진이 중국에 주는 몇 가지 시사점’이라는 기사를 통해 선진기술과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일본에서도 핵사고가 발생했다며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영변은 중국 동북지역으로부터 불과 100㎞ 떨어져 있고 북한의 지하 핵실험장소도 중국의 변경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이어 북한에서 일본과 유사한 핵사고가 발생할 경우 베이징과 톈진(天津), 지린(吉林)·랴오닝(遼寧)·헤이룽장(黑龍江) 등 동북 3성에 핵 오염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중국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최대 민간컨설팅회사인 안방쯔쉰(安邦資訊)도 중국경영망(中國經營網)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중국 정부가 일본 핵 사태 교훈을 중국 내 원전정책뿐 아니라 핵 보유국에 대한 외교정책에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중국은 더 이상 북한이 ‘핵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인터넷뉴스포털인 ‘중화망’(中華網) 역시 최근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실패 등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핵기술이 뒤떨어져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중국이 북한의 핵발전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핵시설 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외교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서 핵시설의 외부 공개 여부는 주권과 관련된 것인 데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겨냥한 북한의 대외정책의 핵심카드여서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에 따라 북한의 핵시설 안전 문제가 향후 북·중 관계의 복병으로 등장하고 6자회담 등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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