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찔린’ 경쟁사들도 막대한 영업손실 정유업계가 잇따라 기름값을 내리기로 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에 이어 S-오일도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씩 할인해 주유소에 공급하기로 했다. S-오일은 고유가로 인한 국민들의 연료비 부담을 분담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으며, 이는 향후 3개월간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S-오일 관계자는 “주유소에 석유제품 가격을 직접 할인해 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SK에너지의 신용카드 등을 통한 사후정산 방식과는 달리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즉시 현장 할인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와 S-오일이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5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는 찾는 이가 뜸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하지만 정부의 압박에 기름값 인하카드를 빼든 정유업계는 극심한 후유증으로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우선 선수를 친 SK에너지가 영업손실과 주가하락 및 주주 반발, 경쟁업체 비난 등 ‘4중고’에 직면했다. 증권가에서는 SK에너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조치로 2450억∼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관측했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도 급락했다. 5일 1.83% 반등했으나 전날 10.3%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2조원 날아간 것을 감안하면 새발의 피다. SK이노베이션에는 이날 주가 하락에 항의하는 주주들의 분노 섞인 전화가 쇄도했다.
SK에너지의 기습 발표에 허를 찔린 경쟁사들의 시선도 따갑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업계 1위인 SK에너지가 막강한 자금력과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저 혼자만 살겠다고 생색을 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날 S-오일이 신용카드 할인방식을 적용키로 한 SK에너지와 달리 주유소 공급가를 직접 인하하는 방식을 택해 차별화한 것도 양측의 신경전으로 풀이된다. S-오일 관계자는 “SK처럼 자기 폴 주유소에서만 신용카드 할인을 해주면 경쟁관계인 자가 폴이나 무폴 주유소는 죽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가격인하 동참 결정으로 막대한 영업손실도 불가피해졌다. 증권가에서는 ℓ당 100원씩 내릴 때 GS칼텍스가 1940억∼2080억원, 현대오일뱅크가 1270억∼1300억원, S-오일이 830억∼93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기름값 인하 불똥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에게로도 튀고 있다.
시장경제에 반한다며 초과이익공유제를 꼬집던 최 장관이 “정유사들은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하는 등 강하게 압박한 것은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유기업원은 이날 논평에서 “시장을 지켜야 할 정부가 공정사회, 상생, 친서민 운운하면서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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