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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로 펼친 호국성지의 흥망성쇠

입력 : 2011-04-07 17:44:35 수정 : 2011-04-07 17: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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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판소리 ‘남한산성’ 11일 공개시연
사설 집필부터 작창까지 1년여 준비
“서울에서 동남쪽으로 20여㎞ 떨어진 한강 남쪽, 넓은 뽕밭 잠실이 펼쳐지다가 갑자기 솟아올라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꼭대기에 오래된 산성이 자리 잡고 있으니, 이곳이 곧 남한산성이라. 경기도 광주 성남 하남 세 지역에 걸쳐 넓은 한강을 해자(垓字)로 삼고 있는 바, 그런 즉 산성의 방략과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가는 일이로되, 이 남한산성 형세를 한 번 살펴보것다!”

마당극 창시자 임진택(왼쪽)이 창작판소리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창작판소리12바탕추진위원회(위원장 김도현)가 경기문화재단(이사장 권영빈)의 후원으로 추진한 창작판소리 ‘남한산성’의 도입부 아니리다. 2010년 첫 작품 ‘백범 김구’에 이은 두 번째 창작판소리다.

사설 집필부터 작창까지 1년여 준비기간을 거친 추진위원회는 11일 오후 2시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공개 시연회를 가진 후 하남문화예술회관(29일), 성남아트센터(5월 3일), 서울남산국악당(5월 20일), 그리고 9월 이후에는 복원된 남한산성 행궁 뜰에서 본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창작판소리 ‘남한산성’은 호국의 성지 남한산성에 얽힌 이야기를 판소리로 풀어낸 것으로, 병자호란을 중심으로 남한산성의 고난의 역사를 비장과 해학에 실었다. 1970년대 마당극 시대를 연 임진택 예술총감독이 주도하는 창작판소리는 정통 판소리의 법통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일반인들도 소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창작했다. 추진위원회는 향후 ‘세종대왕’ ‘다산 정약용’ ‘DMZ 이야기’ ‘녹두장군 전봉준’ ‘홍길동’ 등을 판소리로 창작할 계획이다.

남한산성의 장구한 역사를 ‘국난극복의 성지’의 관점으로 다룬 창작판소리 ‘남한산성’은 1부 ‘남한산성의 유래와 축성’, 2부 ‘병자호란-항쟁과 굴욕’으로 구성된다.

특히 2부 중 ‘기개 있는 선비들, 그리고 삼학사’ 대목에서는 홍익한·윤집·오달제의 삼학사에 정온·김상헌을 더하여 병자호란 당시 말과 행동이 같았던 사람들, 즉 조선 선비의 올곧은 기개를 온몸으로 보여준 고결한 정신과 행동을 새겨 기린다. ‘남한산성의 통한-삼전도의 굴욕’ 대목은 47일간의 항전에도 삼전도에 나가 끝내 청태종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우리 임금의 굴욕과 뼈아픈 삼배구고두례의 통한을 판소리로 그려낸다.

유연복 화가의 창작 판소리 ‘남한산성’ 병풍.
남한산성은 일제 강점기엔 만세운동과 그 이후 신간회, 금림조합 등의 활동을 통해 독립운동의 맥을 이었다. 명성황후 시해 이후엔 의병항쟁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산성 내 호국사찰에서 국가 비상시 쓰려고 보관 중이던 무기나 화약 등을 내놓지 않자, 일제는 1907년 한날 한시에 전체를 불질러버리는 극악무도한 짓을 벌이기도 하였다. 남한산성의 아홉 사찰과 수많은 문화유적이 모두 이때 불타 사라지는 비운을 겪었다.

이처럼 남한산성의 역사는 희로애락을 담은 우리의 생과 결코 다르지 않다. 우리 역사의 흥망성쇠를 긴 여정을 통해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정조는 남한산성 정문에 ‘지화문’이라는 현판을 내걸고 ‘화합이 없다면 누구와 더불어 성을 지킬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지금 이 시대에 다시 던지고 있다. 산성 행궁 내에 있던 인화관(人和館) 역시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임진택과 서울대 법대 출신의 소리꾼 한승석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가 각각 소리를 맡아 총 2시간30분에 걸쳐 완창한다. 북채는 이규호·강민수가 쥔다. (031)510-5409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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