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가 지난달 내놓은 ‘공공기관 지배구조 분석 보고서’는 공기업을 상대로 자행되는 인사 파행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 간부 10명 중 3명은 대통령선거 때 캠프에 가담한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기업 인사가 여전히 논공행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새로 임명된 공기업 사장 180명 가운데 낙하산 인사는 57명에 달했다.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 34명, 선진국민연대 등 선거 외곽조직 출신 7명, 한나라당 출신 8명,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인연을 맺은 측근 8명 등이다. 여기에 감사와 상근임원, 사외이사까지 합치면 줄잡아 300여명이 낙하산 인사였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낙하산 인사로 인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임기말에는 관련 법 개정으로 각 공기업의 감사 임명이 쉽지 않게 되자 법 개정 전에 측근 챙기기식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기승을 부렸다.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과 경영능력에 상관없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다 보니 능력 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인재 이탈을 가져오게 된다. 정치권과의 유착으로 물의를 빚고 부정비리로 형사처벌 받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도 낙하산 인사의 폐해라는 지적도 있다. 잘못된 인사는 공기업 혁신을 가로막고 경영부실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4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평가에서 대선 캠프나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정치인 출신이 기관장인 공기업 24곳 가운데 10곳이 C등급 이하 평가를 받았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공기업 임원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있는데, 여야 동수에다 공익적인 인사들이 포함돼서 철저히 인사 검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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