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것 수용하고 비벼내…섞임과 융합의 시대에 부합” “한국 미술의 가능성은 다양한 요소들을 묶고 비벼내는 능력에 있다. 융합의 시대에 새로운 글로벌스탠드를 산출해낼 것이다.”
세계 3대 미술이론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존 라이크만(65·사진) 컬럼비아대 교수는 요즘 비빔밥 같은 한국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작가 12명에 대한 작가론을 준비 중인 그를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장에서 만났다.
“한국 미술은 한동안 일본과 미국 등에 너무 의존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요인들이 다양한 것을 수용하고 비벼내는 능력을 키웠다. 미국 미술이 유럽인들의 이주로 풍요로워졌던 모습을 한국 미술에서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미술의 또다른 장점으로 과거를 끄집어내 현대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거론했다.
“서구 미술은 비교적 시대별 사조가 뚜렷한 반면 아시아 미술은 과거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엮어내는 힘이 탁월하다.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시되는 섞임과 융합에 부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미술이 서구 미술에 비해 아날로그적 유화미술은 뒤졌지만 뉴미디어를 이용한 작업들에선 오히려 앞서 있어 ‘믹스’를 더욱 용이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번 한국관 전시가 한국 미술을 새롭게 인식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한국적인 상황을 글로벌한 시각에서 풀어내는 자세가 탁월하다. 게다가 재미도 있다.”
푸코와 들뢰즈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한국 미술의 전도사를 자임한다.
“중국과 일본에 가린 한국 미술의 창을 여는 데 작은 힘을 보태려 한다. 한국 미술은 ‘세계’를 비빔밥처럼 비벼낼 것이다.”
베니스=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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