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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끊기고… 잠기고… '水라장'

입력 : 2011-06-29 22:19:42 수정 : 2011-06-29 22: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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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200㎜ 폭우’에 침수피해 잇따라 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노원구 월계동 초안산 산사태 현장은 처참했다. 흙더미 속에서 끄집어 낸 승용차는 지붕과 유리창이 뜯겨 나갔고, 부상자가 타고 있던 승합차는 앞 범퍼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채 뒤집혀 있었다. 군데군데 뿌리째 뽑혀 드러누운 나무는 토사가 무너져 내릴 당시 모습을 짐작케 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시각은 29일 오후 1시. 이날 내린 큰비에 토사 1500t가량이 쓸려 내려와 경원선 공사 현장을 덮쳤다. 토사는 인접 도로인 마들길까지 40m가량 밀려 나갔다. 이 사고로 도로를 달리던 차량 3대가 흙더미에 깔리거나 밀려 중랑천 둔치로 떨어졌다. 차량에 타고 있던 유모(46)씨는 숨졌고, 김모(48·여)씨와 김씨의 아들 임모(22)씨, 오모(39)씨 등 3명은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목격자 조모(49)씨는 “무너진 토사가 도로를 완전히 틀어막았고, 승용차가 흙더미에 3분의 2가량 파묻혔다”고 사고 상황을 전했다.

이날 사고는 초안산을 둘러 지나는 동부간선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경원선 철로를 산 안쪽으로 이설하는 공사 중에 발생했다. 철도시설관리공단이 발주한 이 공사는 2009년 9월에 시작돼 내년 9월쯤 끝낼 예정으로, 산을 깎아내기 위한 예비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김영국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장은 “사고 현장은 아직 (산을) 절개하지 않은 곳”이라며 “가림막이나 배수로 등을 미처 설치하지 못했는데, 그 부분으로 토사가 흘러내렸다”고 말했다.
잠수교 통제 서울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29일 오후 한강 수위가 올라가면서 잠수교가 물에 잠겨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이제원 기자
그러나 사고 현장을 둘러본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는 “횡배수로와 종배수로를 같이 뚫어야 하는데, 횡배수로만 설치했다. 그것도 너무 얕게 뚫어 배수로가 제 기능을 못했다”고 지적했다. 무너진 현장 주변에는 빗물이 마치 계곡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주민 김모(57)씨도 “절개면 경사가 매우 심한 데다 흙이 푸석푸석해 큰비가 오면 무너지겠다 싶었다”며 “방수포를 덮은 곳도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월계역과 녹천역 사이 철로를 토사가 뒤덮은 탓에 이날 오후 1시∼6시10분 1호선 성북역∼도봉산역 열차 운행도 전면 중단됐다. 1호선 나머지 구간에서도 운행이 지연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기 지역에서도 집중호우 피해가 잇따랐다. 의정부 중랑천에서 7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익사체로 발견됐고, 가평 유원지에서도 직장 동료와 함께 놀러온 동모(36)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남양주시 오납읍 양지리 인근 축대가 무너지면서 유실된 토사가 공장을 덮쳐 임시건물 1동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직원 문모씨가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유태영·이유진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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