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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관계 정자만 제공해도 친자"

입력 : 2011-07-03 13:10:04 수정 : 2011-07-03 1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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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관계인 남녀 사이에서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에 대해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3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01년 명문대 재학 중이던 A씨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회사원 B(여)씨를 만났다.

둘은 2003년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고 이후 B씨가 임신중절수술까지 겪었지만 동거관계는 이어졌으며, 2007년에는 A씨가 B씨 가족에게 결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A씨가 이듬해 여름 여대생 C씨를 만나면서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고 두 여성을 만나던 A씨는 2008년 12월 B씨에게 “집안 반대로 결혼을 할 수 없다”며 동거를 끝냈다. 

이에 다른 여자가 있는 줄 몰랐던 B씨는 “몸 상태도 안 좋아지고 있는데,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도 설득하기 좋지 않겠느냐”며 아이를 갖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관계를 정리하려던 A씨는 B씨를 만나 ‘정자를 제공하는 대신 일체 접촉을 끊는다’, ‘임신·양육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했고, 거부하던 B씨는 일단 인공수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못해 이를 따랐다. 2009년 3월 B씨는 인공수정을 통해 네 쌍둥이를 임신한 뒤 선택유산을 거쳐 두 아들을 낳았지만, A씨는 이후 각서대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B씨는 더구나 그간 A씨의 ‘여동생’이라며 자신을 찾아와 이별을 요구한 C씨가 실은 여자친구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

B씨는 이에 따라 두 아이가 A씨의 친자임을 확인하고 양육비와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며 지난해 법원에 인지청구 등 소송을 냈다. A씨는 “비 배우자 간 인공수정에 따른 출산은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며, B씨가 각서를 쓴 만큼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박종택)는 “사실혼 관계였고 정자제공자도 특정되는 점에 비춰 불특정 다수를 위해 정자를 정자은행에 기증한 사람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며 아이들이 A씨의 친자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임신 전 작성된 각서로 양육에 관한 사항이 협의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성년 전까지 1인당 매달 50만원의 양육비를 내고, 사실혼관계의 주된 파탄 책임이 A씨에게 있으므로 3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조민중 기자 inthepeo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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