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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를 위한 ‘고배당’… 말라가는 외환銀

입력 : 2011-07-04 02:36:22 수정 : 2011-07-04 02: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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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 평균배당성향 다른 은행보다 3배나 높아
직원들엔 고임금… 투자여력 줄고 순익도 갈수록 감소
외환은행이 말라가고 있다.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단물’을 빨리고 있는 형국이다. 매각이 지연되자 론스타는 고배당을 통해 곶감을 빼먹듯 외환은행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동시에 투자 여력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론스타는 지난 1일 중간배당으로 4969억원을 챙겼다. 높은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액 비율) 덕분이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006∼10년 외환은행의 평균 배당성향(한국회계기준)은 45.35%. 같은 기간 비교가 가능한 4개 금융지주회사와 2개 은행의 평균 배당성향(15.84%)의 3배에 달한다. 신한금융지주가 23.36%로 외환은행에 이어 그나마 높은 편에 속했고, 나머지는 20%를 넘지 않았다. 특히 2009년에는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3.94% 증가한 데 비해 배당총액은 308% 늘었다.

지난해에도 순이익 증가율(14.54%)보다 배당액 증가율(112.75%)이 훨씬 높았다. 2009∼10년 외환은행의 평균 배당성향은 52.70%로 나머지 평균치인 21.25%를 압도했다. 지분 매각이 지연되면서 론스타가 배당을 크게 늘려달라고 요구한 정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그만큼 주주에게 많이 돌려준다는 얘기다. 주주들은 환영할 일이겠으나, 회사는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설비투자 등에 써야 하는 사내 유보금이 줄어 그만큼 투자기회를 잃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지난 1일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을 불러 “과도한 배당은 은행의 성장성과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펀드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 론스타는 이를 무시했고, 앞으로도 그럴 전망이다. 그럼에도 과도한 배당을 막을 길은 없다. 연말을 목표로 매각을 추진 중인 하이닉스반도체가 팔려 외환은행이 수천억원대 특별이익을 올린다면 이 또한 배당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론스타는 은행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시중은행 평균 이상의 임금수준을 유지해왔다. 이처럼 이익의 상당 부분이 배당과 인건비 등에 충당되면서 외환은행은 차세대 IT(정보기술) 시스템 개발이 늦어지는 등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은행의 총자산 기준 시장점유율이 2003년 8.7%에서 작년 8.3%로, 최대 강점인 외화대출은 같은 기간 48.2%에서 15.1%로 각각 급감한 것도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장기적 성장보다 투자금 회수에만 급급한 결과로 분석된다. 론스타는 2003년 11월 외환은행 인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로는 직원들의 사기마저 떨어져 영업을 소홀히 했다는 전언도 나온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반대투쟁에 나서면서 외환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986억원으로 작년 4분기에 비해 32.7% 감소했다. 다른 은행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효과로 순이익이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노조의 투쟁지침에 따르면 노조원 100여명은 근무시간의 절반 이상을 업무 대신 하나금융의 인수 추진을 비난하는 ‘사이버 투쟁’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자발적으로 근무시간을 쪼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투쟁지침에는 하나금융의 인수 저지를 지지하는 특정 국회의원이나 후보에게 후원금을 몰아주거나 당선을 위해 선거에서 총력을 다한다는 내용 등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예상된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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