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병 총상 무릅쓰고 문밖으로 밀쳐내… 피해 줄여
사상자 실은 구급차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한 인천 강화군 선두리 해병대 2사단 해안 소초에서 4일 오후 사상자를 실은 구급차가 빠져나가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
김태은 해병대 정훈공보실장이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불과 20여일이 지난 4일 오전에는 항공기 오인사격을 한 해병2사단에서 어처구니없는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김모 상병이 생활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의 병사가 숨지고 가해자를 포함해 2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권 혁 이병(19)은 사고 당시 김 상병의 총기를 잡고 문밖으로 밀쳐내고 생활관 문을 안에서 잠갔다. 이 과정에서 권 이병은 오른쪽 대퇴부에 10㎝가량의 총상을 입었으나 그의 살신성인 정신으로 부대원들의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해병대는 전했다. 김 상병이 수류탄 파편상을 입어 진술이 불가능하다 보니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한동안 총기사고가 없던 해병대에서 항공기 오인사격에다 총기 난사까지 겹치자 기강해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되는 등 해병대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속으로는 곪아가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병사들의 피로도와 긴장도가 높아진 데서 비롯된 사고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병대 관계자는 “사고가 난 부대가 강화도 남쪽에 있기 때문에 피로도와 긴장도에 따른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개인적인 앙심 내지 동료들의 집단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저지른 우발적 범행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사고를 조사 중인 헌병 관계자도 “김 상병이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꺼내 자살을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부대원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는 것은 뭔가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상병은 사고 당일 소대장과 상담했으며, 숨진 권승혁(20) 일병에게 가장 먼저 총기를 발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일병의 사촌형 권욱(30)씨는 이날 “김 상병이 오늘(4일)도 소대장과 상담받으면서 ‘잘하겠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유가족을 대상으로 가진 브리핑 내용 일부를 전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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