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쌍용예가’ 전경. 쌍용건설 제공 |
국토부는 지난 2월부터 5개월간 건축·시공·구조·법률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거친 결과 공동주택의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5개월간 10여차례에 걸쳐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TF를 운영했지만 수직증축을 허용하면 아파트의 구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불허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리모델링은 구조물의 80∼90%를 뜯어내 자원재활용 효과가 미흡하고, 재건축과 다름없는 비용이 투입돼 경제성도 낮다”며 “리모델링에 일반분양을 허용하면 재건축과 비교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은 아파트 준공 후 30∼40년이 지나야 사업추진이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 만에 사업을 할 수 있다. 또 재건축은 용적률이 최대 300% 이내(통상 250∼290%선)로 제한되면서 소형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 건설(용적률의 30%), 각종 기부채납, 초과이익 부담금 등 여러 제약이 가해지는 반면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없이 개별 주택형 전용면적의 30%까지 주택형을 자유롭게 늘릴 수 있고 심의를 거치면 일조권, 높이제한 등 건축기준도 완화된다.
국토부는 대신 종전 방식대로 리모델링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국민주택 기금에서 리모델링 공사비의 일부를 저리로 대출해주는 등 지원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일반분양 수입 없이 주민들이 공사비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데 있다”며 “중소형 주택형의 리모델링 시 공사비의 일정 부분을 기금에서 빌려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달 말 이런 내용의 TF 활동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1기 신도시 주민들 반발 예고
국토부가 이처럼 방침을 정함에 따라 그동안 수직증축 허용과 이를 통해 증가하는 가구수의 10% 이상을 일반분양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단지는 180여곳, 12만9000가구에 달한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건설사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건설 관계자는 “현행 리모델링의 기형적인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직증축이 필수”라며 “구조보강을 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다음 국회에서는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특히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리모델링이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수직증축이 불가능해지면 신도시 리모델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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