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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두차례 “우르릉~ 꽝”… 잠자던 학생들 그냥 당했다

입력 : 2011-07-28 02:07:57 수정 : 2011-07-28 02: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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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폭격 맞은 듯 형체 사라져
“잠 깨보니 방안 가득 흙투성이”
주민들 “軍도로 원인” 인재 주장
“아이고 불쌍해서 어떡해∼. 젊은 학생들이 좋은 일 하러 시골에 왔다가 참변을 당했네.” 27일 오전 산사태가 발생한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마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변했다. 흙더미와 가재도구가 뒤엉켜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뻘건 흙더미 속에는 신발과 배낭, 옷가지 등이 널브러져 긴박했던 사고 순간을 짐작하게 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펜션들

산사태가 펜션 5채를 덮친 시간은 이날 0시13분쯤. 마을 뒷산에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흙더미가 마을을 덮쳤다. 흙더미에 깔린 펜션은 수십m를 쓸려 내려갔다. 이 사고로 펜션에서 잠자던 인하대 학생 10명 등 13명이 숨졌으며, 대학생과 주민 등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목격자들은 펜션을 덮친 산사태에 앞서 전날 오후 11시쯤에도 산사태로 펜션 인근 가옥 등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10명은 인근 상천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발명과 과학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기 위해 봉사활동을 나온 인하대 발명동아리 ‘아이디어뱅크’ 소속 학생들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5명의 동아리 학생들은 지난 25일 저녁 이 마을에 도착해 26일 하루종일 초등학생들과 물로켓 만들기, 손가락화석 만들기, 만화경 만들기 등을 함께했다. 이후 숙소인 펜션으로 돌아가 저녁식사를 한 후 곤한 잠에 들었다가 산사태로 고귀한 목숨을 잃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인하대생 이모(27)씨는 “‘우루릉∼ 꽝’ 하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 보니 펜션 1층은 이미 진흙더미에 깔려 있었다”며 “1층에서 잠을 자던 후배들이 피해를 많이 당했다”고 말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김모(21) 학생은 “잠을 자는데 뭔가 물컹 하고 차가운 느낌이 들어 눈을 떠 보니 방안에 흙더미와 나무뿌리 등이 밀려 들어와 있어 잠옷차림으로 그대로 뛰어나와 구조됐다”며 끔찍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매몰지 수색 27일 오전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소양강댐 인근 산사태 발생 지역에서 구급대원들이 포클레인 등을 이용해 매몰자를 수색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주민들 “산사태는 인재”


주민들은 산사태가 마을 뒷산에 개설한 군사용 도로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인재라는 주장이다. 더구나 사고가 일어난 신북읍 천전리 마적산 기슭은 산사태 우려지역으로 지정된 적이 없다.

마을 토박이인 한 주민은 “산사태가 난 산에는 수년 전까지 군부대에서 포 진지를 만들고 진지를 따라 도로를 냈는데 이번 산사태로 도로와 진지 아래 쪽이 밀려나면서 발생했다”고 했다. 포 진지와 도로가 물을 잔뜩 머금었다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면서 산사태가 났다는 것이다.

구사일생 27일 오전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인근 산사태 발생 현장에서 119대원들이 매몰자를 구조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여기에 장마 기간 동안 사고 주변에 680㎜라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린 데다 사고 당일에도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오후가 쏟아지면서 토양 속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물이 차 지반이 약한 쪽부터 자체 하중을 이기지 못해 쓸린 것이 산사태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집중호우를 동반한 강한 천둥도 산사태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집중호우로 약해진 지반이 천둥의 강한 진동에 영향을 받아 무너져 내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마을에 춘천의 명물인 닭갈비와 막국수 음식점이 밀집해 관광객 등이 몰리면서 잇따라 건물들이 들어서 산의 물길을 막은 것도 피해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춘천=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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