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18%나↓… 전문가 “추석상 비용 30% 늘 듯”
경기 안성시 일죽면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이모(57)씨는 28일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울먹였다. 1650㎡(약 500평) 규모의 하우스에서 재배하던 상추 등 엽채류가 이번 폭우로 모두 못쓰게 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긴 장마도 무사히 잘 넘겼는데, 어제와 오늘 폭우를 막지 못해 올여름 농사를 모두 망쳤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예년의 3배가 넘는 비를 뿌린 장마와 중부와 남부를 강타한 물폭탄성 집중 호우로 하반기 농수산물 물가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 명절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와 추석 고물가 불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폭우로 채소, 과일 값 들썩
장마에 이어 최근 발생한 폭우로 채소와 과일값이 또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는 등 물가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을 통해 파악한 농산물 거래자료에 따르면 이날 새벽 실시된 경매에서 무와 시금치, 배의 가격이 전날에 비해 크게 올랐다. 무의 경우 상품 1개 가격이 전날 2193원에서 하루 만에 2814원으로 28.3%나 껑충 뛰었다. 이는 전월보다 261.7%, 열흘 전보다 138.9% 오른 것이다. 시금치는 4㎏ 상품이 전날 1만4783원에서 1만6680원으로 12.8% 올랐다. 열흘 전보다는 9.3% 떨어진 것이지만 한 달 전보다는 82.8% 오른 가격이다. 상추는 4㎏ 상품 가격이 1만131원으로 전날 1만83원보다 약간(0.5%) 상승했다.
배(신고)는 15㎏ 상품 1박스가 8만3331원에 거래돼 전날(5만1875원)보다 60.6%나 급등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6.3%, 전월에 비해선 65.0%, 열흘 전에 비해선 23.9% 각각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조기, 오징어 등 수산물도 집중 호우 때문에 바다 조업이 일시 중단되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달 1마리에 1800원 하던 국산 냉장오징어가 2300원 안팎으로 올랐다. 조기, 명태 등도 가격이 상승세다.
◆추석 물가 비상
올해는 추석이 예년보다 열흘이나 빨라 벌써부터 명절 물가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수 과일인 사과, 배의 경우 이미 개당 평균 가격이 작년 추석 때의 가격을 최고 50% 이상 훌쩍 넘어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사과와 배의 생산량이 평년보다 5%, 18%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 추석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를 더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사과와 배 등 과일 선물세트 가격이 10%에서 최고 20% 이상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곶감 선물세트도 인상 폭이 1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가격 수준이 추석까지 유지된다 하더라도 작년 추석에 배 10개를 산 돈으로 올해는 6개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며 “올해 과일값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오르고, 제대로 된 과일 보기도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
나물 등 제사상에 오르는 채소류는 추석을 앞둔 1∼2주간의 작황이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격을 장담하기 어렵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추석상 비용이 예년에 비해 30% 이상 높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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