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에 사방댐, 정상에는 억제방지책 세워야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가 정상 인근에 위치한 공군부대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산사태 전문가인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29일 "어제(28일) 우면산 현장을 둘러본 결과 산사태가 산꼭대기 근처에 있는 공군부대 쪽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에도 그 부대에서 산사태가 시작했다"며 "단언하기는 어렵겠지만 (산사태) 시작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산사태가 커진 과정에 대해 "위에서부터 떠내려 온 토사와 나무 등의 물질에 배수로가 막혀 물이 역류해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고 지점인 우면산 생태공원과 래미안아파트 인근 현장에서 역류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흙더미가 두께 1m 정도로 무너지고 높은 산에서부터 나무 수천 주가 함께 뽑혀 내려오면서 엄청난 위치 에너지를 띠게 돼 파괴력이 컸다"고 분석했다.
그는 "산밑 주택가에서 배수시설을 많이 만들어 놓아도 위에서 (토사가) 내려와서 배수로를 막아버리는 것"이라며 "돌이나 나무가 걸릴 수 있도록 산중턱에 사방댐을 만드는 등 산 상부에 억지대책을 세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외국처럼 실제 폭우 및 산사태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하면 적절한 사방댐 건설 위치를 도출할 수 있는데 우면산 상황에 대해서는 시뮬레이션이 이뤄진 적도 전혀 없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해당 지점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너무 첨예한 문제라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 기술위원회' 한국대표인 그는 "국제적 권위를 가진 학회나 국제산사태학회를 후원하는 유네스코 등 해외 제3자에 향후 원인 규명을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폭우로 산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무너지지 않은 곳에 보완 조치를 해야 하는데 무너진 곳만 복구를 했다. 원인규명을 제대로 안했다"며 "과연 국가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가 싶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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