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패밀리달러’, ‘달러트리’ 주가가 치솟고, 한국의 ‘다이소’ 매출액이 급증하는 현상이 이 같은 ‘불황의 역설’을 증명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 이 같은 저가 생활용품 매장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저가 생활용품 할인매장 체인업체인 패밀리달러는 이미 지난해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상장기업 중 성적이 가장 좋은 종목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이 기업 주가는 27.39달러에서 49.58달러로 80% 뛰었다. 경쟁업체인 달러트리와 달러제너럴도 주가가 급등했다.
한국의 대표적 천원숍 ‘다이소’의 매출 신장세도 두드러진다. 1997년 1호점을 시작으로 매장 수가 해마다 늘어 현재 680여개에 이르는데, 최근 4∼5년간 급성장한 결과다. 최근 5년간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44.7%. 지난해 매출액은 4600억원이었고, 올 상반기 매출액은 3000억원으로 2008년 한 해 매출액(2270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하지만 불황 덕분만은 아니다. 이들의 성공에는 나름의 노하우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다이소의 경우 가격을 낮추되 품질은 유지하는 비법이 있다. 바로 ‘가격을 정해놓고 물건 만들기’. 안웅걸 다이소 홍보이사는 “물건을 만들어 놓고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가격에 맞춰 구체적으로 상품을 설계하고, 주문가를 낮추기 위해 어음거래가 아닌 현금거래를 하며, 불필요한 포장이나 장식 등을 최소화한다”고 소개했다.
‘넓은 선택의 폭’도 비결로 꼽힌다. 안 이사는 “다이소는 20여개 카테고리의 2만종이 넘는 상품을 판매하는데 매월 600여개의 신상품을 출시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반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찾기 힘든 아이디어 상품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홀로족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다이소 측은 “혼자 사는 젊은이들이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다이소를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안진건 참여연대 팀장은 “천원숍 호황은 국민들의 살기 위한 고육책을 반영한다”고 평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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