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는 한국의 정치 변동 상황이나 한·미 동맹 관계도 자세하게 기록됐다.
◆이명박 대통령 관련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유력 후보였던 이명박 서울 시장은 2006년 3월 7일 주한 미국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정부의 경제 및 외교정책을 강력 비판했다고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가 보고했다. 이 시장은 노 정부가 2002년 당시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두 여중생 사건으로 발발된 반미 감정으로 만들어진 정권이라고 폄훼했다고 버시바우 대사가 전했다. 또 이 시장은 노 정부의 반미 감정으로 한·미 간 외교 관계가 급격히 악화돼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당시 유력 경쟁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 “박 후보에 대한 지지는 과거 박정희 정권에 대한 향수”라고 말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 논란이 됐던 ‘BBK 주가조작 사건’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이 미국에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한국 송환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문은 2007년 10월25일 한나라당 유종하 공동선대위원장이 버시바우 대사를 만나 김씨의 송환이 선거운동에 폭발적 영향을 미치고 내정간섭이 될 것이라며 송환연기를 요청했으나,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이 김씨의 송환을 연기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관련
전문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여성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는 이명박 후보 측의 박영준 조직특보가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 이유가 성별 때문이라고 나타난 분석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2007년 1월12일 전문은 박 전 대표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소개하면서 1960, 70년대 한국의 경제적 성공이 호의적으로 기억되기에 박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은 이점이지만 여성이라는 점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에서는 박 전 대표가 2002년 5월 방북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위대한 지도자의 자녀끼리 선친의 목표를 달성하자”고 제안했다. 2008년 11월13일자에서 박 전 대표는 캐슬린 스티븐스 미 대사와 오찬자리에서 방북 당시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들려주며 김 위원장이 “위대한 선친들(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이 서명한 7·4공동성명을 이행하는 일은 우리들에게 달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경제에 대해 매우 걱정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북한 경제를 위한 최선의 길은 북한이 신뢰할 만한 나라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조언을 했다고 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광우병 파동이 일자 한·미 동맹 관계가 악화됐다. 2008년 5월8일 전문은 버시바우 대사가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했던 박 전 대표를 만나 실망감을 표시하자 박 전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믿지만 정부의 잘못된 대처를 지적한 것이라며 촛불시위 참여자가 모두 좌파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죽는다는 발언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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