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환銀 고배당 포기 ‘먹튀’ 전략?

하나금융과 매각협상 염두…3분기 중간배당 아예 않기로

7일 외환은행 이사회가 열렸다. 고배당 여부가 관심사였는데 이번엔 건너뛰었다. 고배당은 고사하고 3분기 중간배당을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 향후 영업환경 불확실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상은 대주주인 론스타의 ‘먹튀’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금융과의 외환은행 매각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이다. 론스타는 지난해부터 세차례 중간배당으로 5700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가 이번에 배당을 포기하는 대신 앞으로 협상에서 기존 인수가격을 지키는 데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로써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먹튀’ 일정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8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은 론스타에 초과 지분(41.02%)을 팔라는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그러면 론스타는 6개월 안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론스타는 지난 7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지분 51.02%에 대해 주당 1만3390원씩 모두 4조4059억원에 매매 계약을 했다. 아울러 론스타가 외환은행 배당금을 챙겨간 만큼 인수가를 깎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론스타의 배당 포기는 하나금융 측의 인수가격 인하 요구 빌미를 없애는 전략인 셈이다.

매각협상을 둘러싸고 은행권에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 측이 지분 강제매각에 쫓기는 론스타보다 유리한 입장인 만큼 외환은행 주가 폭락 등을 이유로 들어 인수가를 대폭 깎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론스타 측이 한시라도 빨리 외환은행을 인수하고픈 하나금융에 맞서 기존 계약대로 마무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별반 깎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 계약대로 외환은행 매매가 이뤄지면 론스타는 1998년 12월 한국에 진출한 지 13년 만에 5조원(세전 기준)이 넘는 순이익을 챙겨 떠나게 된다.

황계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