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확산되자 청와대 해명 양정철 "이전 정부선 없었다"
민주 "MB, 국민에 사과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국빈방문 때 의회와 상공회의소 등에서 했던 연설 초안을 워싱턴DC에 있는 로비업체가 작성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 등에서 관행이라고 적극 해명하고 나섰지만, 야당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려는 태세다.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격’을 깎았다는 이유에서다.
7일 대정부 정책질의를 시작한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는 초반부터 연설문 문제로 시끄러웠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연설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핵 문제 등 중요한 사항이 들어 있는데 이번처럼 돈을 주면서 업체의 의견을 구한 사례가 있느냐”며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추궁했다.
임 실장은 “예전부터 죽 내려오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의뢰한) 업체는 컨설팅, 자문하는 업체이고 대통령 연설은 국내 연설비서관이 작성한 것”이라며 “해외를 방문하면 각 연설 기회에 어떤 것을 강조하는 것이 좋은지 해당 대사관에 조사해서 자료를 보내오는데 그중에 미국 업체가 대상기관이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설사 유례가 없다 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임 실장을 거들었다.
하지만 이런 정부 해명은 참여정부 출신 인사까지 반박하고 나서면서 진위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날 “이전 정부에서 제가 주무 비서관이었는데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며 “국내든 해외든 연설은 최소한의 관계자만 아는 극비사항이며, 대통령 연설이라는 정부 핵심 콘텐츠를 (외부에) 맡긴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용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가 철학과 가치가 담겨야 할 대통령 연설문을 상대국 로비업체에 의뢰하고, 국민 세금까지 낭비한 상황을 국민이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는 납득할 만한 해명과 함께 국민 앞에 죄송한 뜻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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