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을 첫 방문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한국에서 열린 디지털 포럼 참석차 입국했던 슈미트 회장은 석종훈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등 업계 관계자만을 만난 후 돌아갔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구글도, 그의 위상도 변했다. 구글은 세계 최대 모바일 운영체제(OS) 공급사로 한국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더욱 강고해졌다. 국내 스마트폰의 70%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고, 삼성전자·LG전자가 만드는 스마트폰도 대부분 안드로이드 OS를 쓴다.
관심은 방한기간 그가 풀어놓을 보따리에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인수설을 제기하고 있지만 다음 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즉각 부인했다. 다음 관계자는 “현 경영진과 인수와 관련한 어떠한 협상도 없었다.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재웅씨와 슈미트의 만남 약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슈미트 회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세계 IT 시장 동향과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스마트 시대에 미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창조적인 인터넷 생태계 조성과 신산업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며 “구글과 한국 IT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에 대해 “인터넷 시장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 개방과 글로벌 지향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며 “인터넷 창업자 지원과 유튜브에 K-팝(한국대중가요) 전용 채널 개설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는 이 대통령과 슈미트 회장이 ‘코리아 고 글로벌(Korea Go Global)’이라는 국산 소프트웨어와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돕는 지원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7일 청와대를 예방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슈미트 회장은 이날 세계 IT 시장동향과 발전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청와대 제공 |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최지성 부회장,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을 만난 후에는 “우리의 파트너십과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을 만났을 가능성도 제기돼 스마트폰과 태블릿 위주였던 양사 간 협력이 TV 쪽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일정으로 미루어 슈미트 회장은 한국에서 구글의 웹 콘텐츠와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모바일 결제, NFC와 관련해 한국을 구글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려 할 수도 있다. 그는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한국 이동통신사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한국 이통사와 확실한 파트너·투자·이익(benefit)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8일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는 슈미트 회장 특별 기자간담회가 열린다.
김청중·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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