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친박계 "개정 없이도 박근혜 총선서 활동 가능"
홍 대표는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잠재 대권주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당헌ㆍ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려면 대권주자들이 내년 총선 때 실질적으로 지도부로 활약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홍 대표의 구상이다.
당권-대권 분리를 `대선 1년6개월 전'에서 `대선 6개월 전' 수준으로 크게 완화하면 홍 대표가 추진하는 재창당 작업 이후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 `잠룡'들이 당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당을 이끌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홍 대표는 지난달 친박(친박근혜)계 김학송 의원을 전당대회 수임기구인 전국위원회의 새 의장으로 내정할 때부터 당권-대권 분리규정의 개정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열린 최고중진회의의 한 참석자는 "회의가 끝날 무렵에 홍 대표가 중진 의원들에게 `박 전 대표가 나서려면 당헌ㆍ당규를 개정해서 당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국위 의장에 김학송 의원을 임명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당헌ㆍ당규 개정을 통한 박 전 대표의 조기등판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친박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고, 친박 성향의 권영세 의원도 "(홍 대표는) 당헌ㆍ당규 개정작업만 마무리하고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남권의 한 의원은 "박근혜 대표 시절 당권-대권 분리하자고 요구해서 분리한 것인데 다시 개정하자고 하는 것이 웃기지 않느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도 "개정 규정 없이도 박 전 대표는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고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사실상 반대 견해를 제시했다.
김 지사와 정 전 대표 등 다른 잠룡들은 당권-대권 분리규정 개정에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 규정은 2005년 11월 `제왕적 총재'의 등장을 막겠다는 취지로 당 혁신 차원에서 도입됐다. 홍 대표는 당시 당 혁신위원장으로 혁신작업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러나 대권에 도전하는 당내 핵심 인사들이 대선 1년6개월 전부터는 당 대표는 물론이고 선출직 최고위원도 될 수 없도록 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권-대권 분리규정은 박 전 대표가 조기 등판해야 한다는 당내 요구에 맞물려 6년 만에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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