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창원지법서 ‘대통령 비하’ 윤리강령 위반 검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을 올린 일부 판사가 이번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추모에 대한 단속 움직임을 비판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법관이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 위신을 떨어뜨리면 명백히 징계 사유가 되는데도 “SNS는 사적인 공간”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이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21일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그는 ‘온라인 공간에서 김 위원장 사망을 애도하는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공안당국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나라나 정부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 야만은 언제나 되어야 사라질 수 있는가”라며 “나치와 비슷한 반인권적 행태”라는 글을 올렸다. 최 판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라고 비난했다.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 위원장에게 조의를 표해도 되느냐”는 네티즌의 질문이 올라오자 “2009년부터 뭔가 꼬투리를 잡아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답했다. 서 판사는 반정부 성향의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나오는 말투를 흉내낸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을 빚은 장본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등 ‘튀는’ 판결로 유명한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도 최근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을 비하하는 욕설 등이 담긴 사진을 게시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법관들은 SNS 사용에 있어 분별력 있고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별도로 양승태 대법원장은 전국 판사들에게 신중한 언행을 세 차례나 당부했다. 최 판사 등은 윤리위 권고도, 대법원장 당부도 모두 무시한 것이다.
법관이 SNS에 글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징계 대상은 아니다. SNS는 ‘사적인 공간’이라는 논리에서다. 대법원이 최 판사 등에게 공식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글의 내용이 법관 품위를 훼손할 수 있다면 징계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법관징계법은 “법관이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징계 사유가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창원지법은 이 부장판사의 행위에 대해 다른 법관들의 의견을 묻는 한편 법관윤리강령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지법 관계자는 “법원장이 다른 판사들의 의견도 궁금하다고 해 원래 잡혀 있던 운영위 회의에서 이 부장판사에 대한 의견을 물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학계와 시민단체는 대법원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민호 교수는 “SNS 활동은 공개를 전제로 글을 올리는 것인 만큼 사적 공간으로 볼 수 없다”며 “법관이 SNS를 통해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행위는 결국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도 “요즘 위험 수위에 이른 일부 판사의 언행이 사법부 권위에 흠집을 내고 판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훈·조성호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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