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중국·러시아의 권력교체기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함으로써 2012년 동북아는 정세 전망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예측 불허의 상황이 됐다.”(도널드 자고리아 전미외교정책협의회 수석부회장)
새해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쏠리고 있다. 한국과 한반도 주변 강국의 지도자 교체가 예정된 올해에 김정일 위원장 사망과 20대 김정은 체제의 등장은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 여부, 무력 도발 가능성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요동칠 전망이다. 한·미 공조는 물론 한·중 협력체제를 강화해 적극적인 ‘한반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외 동북아 전문가 상당수는 정통성·권력기반이 취약한 김정은 체제가 내부 전열 정비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어 무력 도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세계일보가 국내외 전문가 대상으로 이메일·전화 설문조사를 통해 2012년 동북아 정세 전망을 질의한 결과 응답자 35명 중 절반이 넘는 19명이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답했다. “당분간 김정일 정책을 유지하면서 신중한 대외행보를 보일 것”(데이비드 스트로브 미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 “후계체제 공고화와 대내적 정지작업에 주력할 것”(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정은이) 군사·외교 능력이 부족해 모험을 감행하기 어렵다”(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이유에서다.
응답자 중 5명은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국지전, 핵·미사일 발사 실험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으며, 7명은 “가능성은 낮지만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군사력 장악 사실을 대외 공표하고 내부 결속을 높이기 위해”(청빈 미 헤리티지재단 중국담당 연구원), “권력장악력을 높이기 위해”(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을 도발 배경으로 꼽았다.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착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응답자 중 18명(51.4%)은 “연착륙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지만, 14명(40%)은 지도체제 내부의 권력투쟁 가능성과 북한 주민 반발 등으로 인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3명은 여러 변수로 전망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새해 동북아 정세에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었다. 올 10월 당 총서기에 오를 시진핑 국가부주석 체제에서도 북·중 우호관계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티븐 코스텔로 프로글로벌 대표는 “중국이 북한 변화에 충분히 대비한 것과 달리 한국, 미국 정부는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보인다”면서 “중국이 북한 변화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한 교수는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비핵화, 개방·개혁 방향으로 유도하도록 한·중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억 기자, 워싱턴·베이징·도쿄=국기연·조남규·주춘렬·김동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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