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 수업시간 중 남학생 3명이 지적장애 2급인 여학생의 신체를 때리고 치약을 묻힌 지우개를 교복에 던지는 등 괴롭히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들은 촬영한 동영상을 친구들끼리 돌려보다가 교사에게 적발돼 지난 10개월 동안 장애 여학생을 집단적으로 괴롭혀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성남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지난해 6학년 일반 학급에서 장애학생이 놀림감이 된 내용을 체험 수기로 적어 알렸다.
이 학급에서 힘이 센 학생은 교실에 교사가 없는 틈에 같은 반 장애학생 얼굴을 걸레로 닦고 물을 퍼붓는 등의 괴롭힘을 일삼았다.
일부 학생은 장애학생을 괴롭히는 사이 담임교사가 오는지 망을 봐주기도 했다.
이 교사는 수기에서 "이곳은 이미 공부하는 교실이 아니었다. 가해자, 피해자, 침묵하는 자만 교실에 있었다"고 적었다.
경기도의 경우 별도설립된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일반학생들과 섞여 수업받는 장애학생은 1만3천777명(지난해 4월기준)이다.
이 가운데 2천724명은 일반 학생들과 모든 수업을 함께 듣고(완전통합형), 나머지 1만1천53명은 일반학급과 특수반을 오가며(통합형) 수업을 듣는다.
통합형 장애학생들은 특수반 담당 교사와 보조교사 또는 공익요원의 도움을 받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올해 현장에 배치되는 보조교사는 750명이 전부다. 보조교사 1명당 20명 가까이 돌봐야하는 셈이다.
문제는 장애학생에 대한 괴롭힘이나 폭력이 장애학생이 혼자 있는 쉬는 시간에 발생하기 쉽다는 점. 보조교사가 일일이 챙기지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애학생이 10여명 있는 성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5일 "거동이 불편한 장애학생들은 보조교사의 도움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혼자서 교실을 이동하고 쉬는 시간을 보낸다"며 "따라서 괴롭힘은 주로 쉬는 시간에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학생이 피해를 본 내용을 상세하게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해학생의 처벌은 커녕 상황파악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관련 단체들은 장애학생의 폭력사건은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길용 장애인교육권연대 사무처장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장애학생의 교내 폭력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안을 매뉴얼화 해,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사무처장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장애학생의 증언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증언이 반영될 수 있게 전문 상담사를 배치하고, 보조교사 인력을 확충하는 등 학교 측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지속적인 장애인식 관련 교육을 제시했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장애학생들은 졸업 뒤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섞여서 살아가야 하므로 이들을 분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생활지도 틀 안에서 장애에 대한 이해교육을 지속해 잘못된 인식을 근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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