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연장 되레 리스크 키워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쏟아낸 밀어내기 아파트가 최근 경매시장에 속속 등장하면서 금융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경매 낙찰가율이 낮아지면서 은행 등 채권자가 대출 원금조차 받지 못한 채 사실상 돈을 떼이는 경매 미회수액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농협 등 6개 시중은행에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4조20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6개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246조9597억원의 18%에 해당하는 수치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0조273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9조4709억원, 농협 7조4000억원, 신한은행 6조5000억원, 하나은행 5조9132억원, 기업은행 4조6464억원 순이다.
원금상환 시기가 도래하면서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의 일부는 심사를 거쳐 큰 문제가 없으면 내년으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만기 연장이 오히려 은행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이 가능하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듯 보이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많다고 보고 증가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은행은 경매를 통해서라도 대출금 회수에 나서야 할 형편이지만 일정 부분은 대출 원금 손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민은행이 1.01%를 기록하며 은행권 처음으로 1%대를 넘었다. 기업은행과 농협도 각각 0.72%와 0.66%의 부실채권 비율을 기록했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손실은 이미 현실화한 상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를 담보로 빌려 준 돈 가운데 경매로 회수되지 못한 돈이 총 3680억원에 이르고 있다. 경매 미회수 금액은 경매청구금액과 낙찰금액을 단순 비교한 것으로 2008년엔 1540억원, 2009년 3700억원, 2010년 3850억원으로 최근 3년간 매년 3500억원 이상을 웃돌며 4년 누적금액이 총 1조2770억원에 달한다.
경매 미회수 금액 가운데 금융권의 미회수 금액은 지난해 2310억원으로 전체 채권자 미회수 금액의 63%에 달했다. 금융권의 경매 미회수 금액은 2008년 634억원, 2009년 1850억원, 2010년 235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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