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기 분양 쏟아내 우리 나라 아파트 청약시장 ‘거품’이 극에 달했던 2007년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피해 고가로 밀어내기 분양을 했던 아파트들이 슬금슬금 경매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샀지만 결국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내놓은 물건이 상당수다.
대형 건설사가 공급한 인천시 중구 A아파트. 이곳은 분양 당시만 해도 주변에 개발호재가 넘쳐 계약자가 밀려들 정도로 유망한 투자처였다. 하지만 불과 5년 만에 사정은 달라졌다. 아파트 총 가구 수의 약 25%인 38가구가 현재 법원 경매 중이다. 한때 ‘로또’로 불리며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아파트가 수도권 경매시장에서 매물 출현이 가장 잦은 단지로 몰락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2009년 입주가 시작될 무렵부터 사정이 돌변했다. 금융위기와 함께 찾아온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주변 개발사업까지 지지부진하면서 아파트 값은 급락했다. 2010년 초 6억3000만∼6억7000만원 하던 같은 크기 아파트가 반년 뒤 6억원 밑으로 내려갔고, 지난해 말엔 5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집을 사기 위해 받았던 담보대출의 원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지난해부터는 사정이 더욱 나빠졌다. ‘빚 잔치의 재앙’이 본격화한 것이다. 채무를 견디지 못한 집 주인들이 아파트를 팔아보려 했지만 매매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가격을 후려친 급매물이 쏟아졌고, 애꿎은 같은 단지 아파트 값만 동반 추락시키는 연쇄작용을 일으킨 채 하나둘 경매시장으로 흘러나왔다. 경매에 나온 38가구는 상당수가 다중채무인 상태로, 채권자들이 요구한 경매청구액은 총 267억3366만원에 달한다. 가구당 평균 5억3000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앞날도 우울하다.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경매시장에서 이 아파트 상당수는 유찰을 거듭하며 분양가의 절반 수준임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A아파트의 몰락은 고스란히 금융권의 손실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희경·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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