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1시간 앞당기기도
복수담임제도 준비 안돼 교육과학기술부가 개학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학교폭력 근절 대책들을 잇달아 일선 교육현장으로 내려보내 학교들이 서둘러 교과 재편성 계획을 마련하는 등 졸속행정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경기도 지역 중학교 등에 따르면 최근 체육수업 편성을 늘려 주당 4시간으로 확보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고, 부랴부랴 수업시간을 쪼개는 방향으로 계획안을 만들어 소속 지역교육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미 교과편성을 지난해 다 마친 뒤인 데다가 개학을 10여일 앞두고 있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보다는 대략적인 구상만 정해 놓은 상태다. 수원의 A 중학교는 체육수업 관련 공문을 받고 갑작스레 등교시간을 조정했다.
원래대로라면 주당 1학년 3시간, 2∼3학년 2시간씩 체육수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매주 4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급한 대로 등교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방법을 선택한 것. 이제까지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1주일 동안 2∼4시간 범위에서 체육수업 시간을 정할 수 있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이미 교육과정을 세우고 인력배정을 마쳤는데 갑자기 흔들어 놔서 정신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수원시의 또 다른 중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침 시간을 활용해 줄넘기 등을 하는 계획을 세우고 수원시교육지원청에 제출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교직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연구학교를 지정해 1년 동안 시범운영해 보고 장단점을 비교한 뒤 각 학교에 예시안을 전달하는 게 정석이다”라며 “적어도 1년 전에는 공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육수업을 늘리기 위해 창의적 체험활동 등 타 교과 수업시간을 줄이라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교과부가 신학기부터 시행하겠다는 복수담임제의 경우 거의 모든 학교에서 곧바로 시작하기엔 교사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게다가 많은 학교는 관련 내용을 전달조차 받지 못했다.
수원시 영통구의 한 중학교는 복수담임으로 지정할 수 있는 교사가 단 8명뿐이다. 담임으로 배정된 교사를 제외하면 20명의 여유가 있는데 이 가운데 12명은 학년부장 등 특정 업무를 책임지는 부장교사들이다.
이 학교 교감은 “대구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여러 안을 물밀듯이 쏟아내고 있는데 현장하고 깊숙한 논의는 없다”고 지적했다.
수원=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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