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제외한 정유사 등 참여 주식을 사고파는 증권거래소에서 원유 관련 제품 현물을 사고파는 석유현물시장이 세계 최초로 부산에 개설된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석유 현물을 거래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사업 내용을 추가한 뒤 거래소 부산본사 파생상품시장본부에서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미국 등에는 석유만 거래하는 별도의 석유현물거래시장이 형성돼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4월 휘발유 가격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유통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석유현물시장 도입을 결정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부터 파생상품본부가 있는 부산본사에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석유 현물거래 도입에 대해 연구했다.
지난 1월에는 석유시장팀으로 조직을 확대해 석유전자상거래 운영을 전담하도록 했다. 석유전자상거래 시장은 주식을 거래하듯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석유제품을 거래하고 호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개인은 참가할 수 없으며 석유를 공급하는 정유사, 수입사와 주유소, 대리점 등 석유 실물을 다루는 관계자만 참가할 수 있다.
매매체결 현황과 결제 안정성 관리 등 운영시스템은 부산의 파생상품시장본부 석유시장팀에서 전담한다. 석유 현물거래로 업체 간 경쟁구도가 형성돼 기름값 인하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래소는 공급업자에게 총매도 금액의 0.3%를 세액 공제해주기로 했다.
거래소 측은 우선 휘발유와 경유를 대상으로 석유현물시장을 운영하고 등유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거래단위는 2만ℓ이며, 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동안 열린다. 가격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호가에 따른 공급자와 수요자의 자유경쟁으로 결정된다. 증권사와 같은 중개인은 없지만 결제과정에 거래소가 개입해 결제 안정성을 높인다. 거래되는 종목이 현물인 만큼 거래가 체결되면 늦어도 다음날 자정까지는 석유제품이 각 주유소로 배송된다.
그러나 개인의 참여가 불가능한 데다 정유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거래가 충분하게 이뤄질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어 석유현물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간 유통상 없이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접 거래함으로써 중개수수료 등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거래소 측은 석유현물시장에 대해 초기에는 석유 정제업자와 수입업자, 50개 정도의 대리점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유소는 전국 1만3000개 가운데 3분의 1 수준인 3000∼4000개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 김인수 파생상품시장 본부장보는 “투자자들이 아닌 실수요자들을 위해 전자상거래 시장을 열게 됐다”며 “공급자와 수요자의 자유경쟁이 일어나면서 석유 유통구조에 변화가 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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