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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된 여성들은 지난해에만 최소 65명에 달했다.
5일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접수된 가정폭력 상담 830건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정서적 폭력’이 47.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뒤이어 신체 폭력(37.4%), 경제적 폭력(8.8%), 성적 폭력(6.1%) 순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를 살펴보면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이 86.2%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내연 관계(3.2%), 친부모(3%), 자녀(2.1%)에 의한 폭력 순이었다.
피해자들의 결혼 유지 기간은 10년 이상이 73.1%였고, 그중 20년 이상인 경우도 33.7%에 달했다. 결혼 초기인 1년 미만은 9.3%, 5년 미만은 17.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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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성들은 가정폭력을 겪고 난 후 우울감(28.4%)을 가장 크게 느꼈다고 답했으며, 자존감 상실(18.7%), 무력감(13.3%)을 겪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자해나 자살을 기도했다는 응답도 1.6% 있었다.
가해자 학력 분포를 보면 대졸 이상이 72%로 가장 높았다. 한국여성의전화 측은 가정폭력이 주로 학력이 낮은 계층에서 발생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잘못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또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토대로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된 여성 수는 최소 65명으로 나타났으며, 살해 미수에 그친 사건도 19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죽이거나, 죽이려고 한 여성도 14명이나 됐다.
단체 측은 우리 사회에 아직 가정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에 의한 살해를 파악하는 공식 통계가 없다며, 이 같은 범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효실 기자 hs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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