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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독자적 문양 ‘저평가 백자’의 재발견

입력 : 2012-06-18 20:31:38 수정 : 2012-06-18 20: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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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까지 해주백자전 요즘 화가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전시가 있다. 회화성으로 인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해주백자’전이다. 이제까지 고미술상 등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물건’에 대한 재조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월15일까지 북촌민예관에서 열리는 ‘해주가마, 또 다른 백자의 재발견’전에는 문양과 크기가 다양한 해주백자 100여점이 출품됐다.

해주백자는 조선말에서 구한말에 이르는 시기에 황해도 해주지방 일대의 민간 가마에서 제작된 백자를 가리킨다. 관요의 정형화된 도안에서 벗어나 사기장인들이 자유분방하게 그려낸 문양들이 눈길을 끈다. 여태껏 보아 왔던 청자와 백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노송과 전각이 어우러진 그림이 있는 ‘청화백자 철화노송정자학문 항아리’. 겸재 정선의 ‘함흥본궁송’과 유사한 구도가 흥미롭다.
해주백자가 등장하던 무렵은 조선 왕조의 공식 자기제작소였던 분원이 해체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방의 향리나 토호들은 여전히 서울 사대부의 취향을 선호했고, 민간 가마에 분원 사기류의 물건을 요구했다. 자연스럽게 분원 사기를 어설프게 모방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엔 분원에서 일했던 화공이 문양을 담당하기도 했지만, 이내 도공이 모든 작업을 홀로 하게 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관요 자기의 틀에 박힌 장식 문양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 세계를 구축하는 요인이 됐다. 중앙의 유행을 이어받았지만 지방적인 변형이 오히려 솔직 담백하고 활달하고 막힘 없는 회화성으로 결실을 맺었다.

해주백자는 그동안 관요의 아류라는 점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사실상 미술시장에서 B급 취급을 받아 왔다. 문화란 모방을 통해서 재창조된다는 점에서 해주백자를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그것이 한국미술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는 한국미술정보개발원 윤철규 대표다. 몇년 간의 노력 끝에 고미술상 등에서 한쪽으로 밀어놓았던 해주백자를 전시장에 불러모은 장본인이다. 이제까지 쳐다보지 않거나 의식하기 못했던 것에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내는 일도 ‘제2의 창작작업’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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