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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상황에 내몰린 철거촌 길고양이들

입력 : 2012-06-19 22:08:07 수정 : 2012-06-19 2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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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환경스페셜’ 서울 도심의 한 철거촌에는 밤마다 폐허 곳곳에 작은 등불이 켜진다. ‘도둑 고양이’라 불렸던 길고양이들의 굶주린 눈빛들이다. 고양이들은 사람이 떠난 자리를 보금자리로 삼았지만 철거촌에는 그 흔한 쓰레기조차 없다. 길고양이들은 굶주림과 질병, 철거반의 중장비에 휩쓸려 죽어나간다.

20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1 ‘환경스페셜-철거촌 고양이’는 철거촌에 사는 아기 고양이의 시선으로 도시 한가운데에 버려진 고양이들의 삶을 전달한다. ‘철거’라는 붉은 글씨가 쓰인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의 한 마을에는 사람들이 떠난 뒤 길고양이들의 ‘밥줄’이었던 쓰레기가 사라졌다.

철거촌에 사는 길고양이들은 그 흔한 쓰레기조차 없는 곳에서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굶주린 고양이들은 철거촌의 샛길로 나가 행인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거나 야생성을 발휘해 직접 먹이를 구한다. 극한 상황에 몰린 고양이들은 비둘기를 사냥하고 풀밭에서 곤충을 잡지만 곯은 배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철거촌에 남은 생명들은 탈수와 영양실조, 질병 감염에 시달리다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이들은 영역에 대한 집착 때문에 철거촌을 떠나지 않는다. 철거촌의 공사 가림막은 도시의 위험을 차단해주는 담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먹을 것이 없다. 배 속에 품은 새끼들 때문에 유독 먹이 구걸에 열성이었던 한 암컷 고양이는 출산이 임박하자 철거촌을 빠져나갔지만 결국 홀몸으로 돌아왔다.

어미는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자마자 사람들에게 잡혀가 중성화수술을 받았고, 그 사이 새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왼쪽 귀 끝이 잘린 어미는 사람들을 경계하며 철거촌에 은둔하고 있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0∼15년이지만 길고양이는 5년 이상을 살지 못한다. 길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영양부족으로 질병에 쉽게 감염돼 절반 이상이 3개월 안에 죽는다. 프로그램에서는 도시의 잉여 생명인 길고양이들의 삶의 현장을 아역 배우 김유정의 내레이션으로 전달한다.

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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