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1박2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종주했다. 하루 20㎞를 쉼없이 걷느라 무릎이 아렸지만 상쾌했다. ‘산맛’은 능선과 계곡을 반복하는 힘들고 긴 여정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그 향취는 오래간다. 8년 전 백두대간을 완주한 후 그 잔상이 몇년 간 지속됐듯 지리산 냄새가 한 달이 돼도 그대로다. 왜 산을 오르는가에 대한 답은 그것으로 충분할 듯하다.
산행을 하다 보면 구두 신은 남자들, 핸드백 든 여자들, 깔깔이 옷의 아이들이 가끔 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를 타고 온 행락객이다. 덕유산 정상 향로봉과 부근 덕유평전이 그런 곳 중 하나다. 등산객에게 그들은 낯선 구경거리다. 왜?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진 찍고 소리지르는 등 야단법석이다. 술·담배는 예사고 휴지까지 버리기도 한다. 산 정상을 놀자판으로 만드는 그 꼴이 생경하니 구경할 만하지 않은가.
케이블카 탓이다. 땀흘려 산을 오르는 사람은 산에서 그러지 않는다. 침묵하고 미소지으며 광활한 자연에 자신을 비춰 볼 뿐이다. 어떤 이는 산행 중 비닐봉지에 휴지를 주워 담곤 한다. 감동적이다.
큰 산을 낀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그다지 필요한 까닭을 모르겠다. 경제성, 편리함, 어쩌고 하지만 명분도 약하고 실익도 별로다. 환경오염, 인간오염을 어쩔 것인가. 1000억원가량의 공사비를 다른 곳에 쓴다면 효과도 더 클 터인데. 환경부가 이번에 지리산·설악산·월출산 케이블카 건설을 불허한 것은 다행이다. 이참에 ‘영원히 설치 금지’했으면 싶다.
산이 좋아서 오는 것은 자유다. 어떤 모습으로 산을 찾는가가 중요하다. 산은 맑은 물, 신선한 공기를 만드는 큰 생명체다. 강한 자기장을 뿜어 인간의 자성을 일깨우기도 한다. 케이블카 소음과 기름냄새는 산에 대한 모독이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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