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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금리로 배불린 은행들 ‘돈잔치’… 당국선 팔짱만

입력 : 2012-07-23 23:00:39 수정 : 2012-07-23 23: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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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감사 결과 감사원이 23일 발표한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감사 결과’는 우리 금융권이 안고 있는 도덕적 해이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민들이 가계 빚으로 신음하는 사이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올려 배를 불렸고, 금융감독 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까지 벌인 이면에는 이런 도덕적 해이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꼼수’로 배를 불린 은행권

한국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5.25%(2008년 8월)에서 2%(2009년 2월)로 크게 내렸다. 이 여파로 CD 금리도 6.03%(2008년 10월)에서 2.42%(2009년 4월)로 떨어졌다.

하지만 서민의 이자 부담은 별로 줄지 않았다. 은행들이 CD 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를 계속 올렸기 때문이다. 이 기간 중 가산금리는 1.76%에서 2.98%로 1.22%포인트나 높아졌다. 가산금리가 높아지면 대출금리가 올라 대출자 부담이 커지는 반면 은행 이익은 늘어난다. 한국은행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의 혜택을 은행들이 중간에서 가로채 간 꼴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권은 가산금리 인상을 위해 온갖 명목의 부가 조건을 달았다. A은행의 경우 기존 가산금리 항목에 알아듣기도 힘든 유동성프리미엄(0.5∼1.2%)이라는 항목을 새로 만들어 개인신용대출 목표 이익률을 1.4%에서 1.9%로 높였다. B은행은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의 가산금리(1%)를 새로 만들고, 정책마진 항목 금리를 0.5%에서 0.75∼1.2%로 올렸다. 지점장이 별도로 부과할 수 있는 가산조정금리를 통해 가산금리를 더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이런 꼼수에 따른 피해는 가계와 기업이 떠안아야 했다. 감사원이 금융위기 이전(2003년 1월∼2008년 9월)과 이후(2008년 10월∼2011년 12월)의 대출 가산금리를 분석한 결과, 기업과 가계는 금융위기 이후 20조4000억원을 더 부담해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은행의 이자 순수익은 2008년 3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39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은행의 도덕적 해이 부추긴 ‘감독 부재’

은행들의 파렴치 뒤에는 금융 당국의 부실한 지도·관리가 자리한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은행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도록 지도해 도덕적 해이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평균 순이자마진율은 미국 2.9%, 프랑스 1.2%, 영국·일본 1.1% 정도다. 

23일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감사 결과’ 발표로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청사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을 제외하고는 1%대에 머문다. 하지만 금감원은 순이자마진율이 3.5% 이상이면 ‘우수’, 3.0% 이상 이면 ‘양호’로 평가했다.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들에게 3% 이상 받으라고 주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른 부담은 가계와 기업에 모두 전가될 수밖에 없다.

국내 은행들의 최근 3년간 순이자마진율은 대부분 2%를 훌쩍 넘는다. 영국·일본·프랑스 은행보다 수익률이 두배나 높다.

감사원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기준금리가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지만 서민의 이자부담은 줄지 않고 있어 금융회사들이 불합리한 가산금리를 부과해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금감원장에게 금리운용을 체계적으로 확인·점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저축은행 실사에서 후순위채권의 불법 판매를 금감원 직원이 묵인하거나 회계감리와 불공정 거래를 제재하는 기준이 미흡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2003년 카드회사들이 무분별한 영업경쟁을 벌이며 대량 연체사태가 터졌지만 이후에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여전히 소홀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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