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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족쇄 풀린 야수’ 성폭행 우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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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7-24 21:30:22 수정 : 2012-07-24 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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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대책 쏟아져도 효과 없어
지역내 위험인물 집중 관리해야
연일 벌어지는 성범죄로 갑자기 대선에 대한 관심이 주춤한 듯하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냄비 같아서 조금 전만 해도 학교폭력으로, 주폭으로, 이번에는 성범죄로 대중의 관심사가 옮아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유사한 성범죄가 동시 발생함으로써 정부의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따갑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아동 대상 성범죄의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논의는 2006년 발생한 용산 초등생 살해 사건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이번 사건과 다르지 않게 피해 아동의 이웃인 신발가게 주인이 운동화를 주겠다고 아이를 꾀어 강간 살인을 했다. 이후 안양에서 벌어진 혜진이·예슬이 사건, 조두순·김길태 사건 등 연이은 아동 성범죄 사건은 처벌 수위를 현저히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와 함께 여러 가지 보안처분도 도입되기에 이르렀는데, 성보호법에 근거해 신상을 공개하는 보안처분은 2010년도부터 법원에서 형사처분과 함께 병과하고 있으며 전자감독 역시 대상 범위를 확대하게 됐다.

이렇게 보면 국내에서 적용되는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한 처분의 종류는 거세약물법까지를 포함해 외국에서 집행되는 거의 모든 처분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랬음에도 등굣길 아동이 또 목숨을 잃었다. 이제는 더 이상 새 대안을 찾는 것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많은 정책에도 여전히 허점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통영의 초등생 살해범은 2005년에도 버젓이 60대 노인을 성폭행하려다 잡혀 5년의 징역을 살았고 다른 전과도 더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부터 피의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였던 것으로 파악되며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이렇게 쉽사리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 예방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주변에 있는 상습 누범 성범죄자에게 경고의 사인을 줄 수는 없었을까. 비록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더라도,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지 않았더라도 국가가 감시하고 감독할 수는 없었던 일일까.

최근 경찰이 주폭 척결에 나서면서 우리나라에는 전과가 열 번이 넘는 사람도 꽤 많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 역시 열 번 이상의 전과를 지니고 있었다. 이처럼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문턱을 넘나드는 사람임에도 국가의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이 사람을 감시할 수 없었던 것일까.

경찰에게는 우범자관리제도가 있다. 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고 사회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재범 위험성이 있는 자에게는 수개월에 한 번씩 동태를 파악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바로 이 관리대상자였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범자를 관리해야 하는 경찰의 임무는 제대로 수행이 됐다고 볼 수 있을까.

현행 우범자관리제도는 법적 근거가 매우 모호하다. 사생활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엄중히 규제하는 상황에서는 경찰이 지역내 위험인자를 파악할 수 있더라도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범죄예방 활동은 하지 못할 것이다. 신상공개제도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고위험군으로 선정된 성범죄자의 정보가 관련 사이트에만 게시될 뿐 이들의 행동에는 어떠한 제약도 주어지지 않는다. 전자발찌 역시 개인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는 있지만 정해진 규정만 따르면 추가적인 감시는 받지 않도록 돼 있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경찰의 범죄예방 활동은 제한적 기능을 지닐 수밖에 없다. 일부 대상자에게는 불편이 초래되더라도 경찰이 보다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모색될 때만이 이 같은 보안처분의 시스템이 다함께 긍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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