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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전자발찌제도 시행 4년

입력 : 2012-08-27 18:12:30 수정 : 2012-08-27 1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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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2109명에 ‘족쇄’…성범죄자 1274명 최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성폭력범죄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줘 범죄를 억지하는 전자발찌 제도가 다음달 1일로 시행 4년을 맞는다. 그간 3차례 법개정으로 살인·유괴 범죄자로까지 적용대상이 확대되면서 사회안전망의 큰틀이 됐다. 인권침해, 부착자의 발찌 절단 및 도피, 감독인원 부족 등 여러 논란에도 이 제도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법 시행 3년 전의 성폭력범죄 출소자까지 소급적용키로 한 것을 놓고 2010년 8월 제기된 위헌 논란이 2년째 지속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4년간 2109명 착용한 전자발찌 무용론…“만능(萬能) 아닐 뿐”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그간 전자발찌를 한 번이라도 찬 범죄자는 총 2109명이고, 이중 성폭력범죄자가 1274명으로 가장 많다. 살인과 유괴범죄자는 각각 832명과 3명이다.

지난 24일 기준으로 1026명이 전자발찌를 찬 채 생활하고 있는데, 역시 성폭력범죄자가 609명으로 가장 많고, 살인과 유괴범죄자는 각각 416명과 1명이다. 이미 부착명령이 내려졌지만 형기를 못 채운 ‘착용 대기자’는 1311명에 달한다.

시행 첫해인 2008년 성폭력범죄자 188명에게만 전자발찌가 채워진 걸 감안하면 현재 착용인원 기준으로는 6배, 누적인원으로는 11배가량 많은 범죄자가 족쇄에 매인 셈이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찬 채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발찌를 끊고 잠적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무용론이 여러번 대두됐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제도시행 전 3년간 성폭력 전과자의 동종재범률은 14.8%였는데, 시행 후 3년 동안 1.67%에 그쳤다고 밝혔다. 전자발찌가 만능은 아니지만 재범률이 ‘9분의 1’로 줄어 효과적이라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전자발찌의 효용성과 소급효 적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10년 3월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범 김길태가 검거돼 경찰로 압송되고 있다. 김길태 사건은 그해 7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에 살인범을 포함하고, 출소 3년이 넘지 않은 성폭력범까지 소급적용하는 법률을 시행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회위기 때마다 ‘전자발찌 카드’…예견된 소급효 부작용


이처럼 무용론이 제기될 때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언급되기도 한다. 전자발찌는 ‘범죄를 예견하고 현장에서 억지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고 부착대상 범죄가 확대되기까지는 용산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력·살해 사건, 안양 초등생 납치 성폭력 살해사건, 조두순 사건, 김길태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한몫한 게 사실이다. 그때마다 ‘여론을 감당하지 못하고 급하게 대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신중론은 소수로 밀렸고, 전자발찌가 대안이 됐다.

특히 성범죄로 인한 형량을 모두 마친 출소자와 조만간 형기를 채울 출소 임박·예정자도 착용대상으로 분류한 개정법에 대해서는 시행 전부터 말이 많았다. 수도권의 한 보호관찰관은 “개정법이 시행될 때 ‘죗값’을 다 치른 출소자까지 소급해 발찌를 채우는 게 과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보호관찰관은 “전자발찌 업무를 하다 보면 출소자의 반발이 제일 심하다”며 “그들 입장에선 ‘날벼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자발찌 소급 착용자 가운데 가석방자는 ‘전자발찌를 차는 대신 조건부로 사회에 나온다’는 생각에서 가장 순응하고, 집행유예자는 ‘어차피 죄를 지으면 구속된다’는 생각 때문에 저항감이 작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2년 넘긴 위헌 논란…감당하기 힘들어진 헌재결정


소급적용 논란은 개정법이 시행된 지 40일 만인 2010년 8월25일 위헌제청되면서 극에 달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위헌제청 전날까지 법원의 부착명령 인용률은 88.9%에 달했지만, 제청 이후 64.8%(656건 중 425건 인용)로 하락했다. 그만큼 기각 건수가 늘어났는데, 전체 청구 2675건 가운데 2019건은 아예 법원 결정이 미뤄졌다. 통상 어떤 법률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에 부쳐진 경우, 법원은 헌재 결정 이후의 파장을 고려해 판단을 보류한다는 점에서 법원의 ‘갈지자’ 행보를 마냥 비난하긴 힘들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23일 소급적용 청구의 위헌 여부를 결론내려다가 선고일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미 2년을 넘긴 위헌 논란은 재판관 5명과 헌재소장 교체가 임박한 탓에 내년 3월에나 마침표가 찍힐 공산이 크다. 헌재가 결정을 미룬 사이 법원 판단도 늦어지면서 재범자가 19명에 달하고 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상황은 다르겠지만 ‘피할 수 있었던 범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여기다 ‘착용 대기자’가 하나둘 출소하면서 전자발찌 착용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헌재가 합헌을 결정하면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일시에 쏟아지면서 감시인력 부족으로 혼란이 일고, 반대로 위헌을 결정하면 착용자 중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이나 형사보상 사례가 급증할 전망이다. 헌재가 결정을 내리더라도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4차 개정안 추진으로 ‘공룡화’는 진행형…강도범죄 확대

전자발찌 대상이 늘면서 관리·감독 인력도 소폭 늘었다. 하지만 부착대상 증가세에 비해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법무부는 현재 부착자 1026명 전자감독에 465명이 필요한데, 102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부착대상은 계속 늘고 있다. 강도죄를 추가하는 4차 개정안이 18대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추진된다. 강도 재범률은 평균 27.8%로, 부착대상에 포함된 강간(15.1%), 유괴(14.9%), 살인(10.3%)보다 높다. 미국 일부 주 등에서 가택연금을 위한 전자발찌에 대해 대상범죄를 구분짓지 않고 있지만, 국내상황에도 ‘무한 확대’가 적절한지 따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헌재 결정 전에 제도 확대를 추진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법조인은 “최소 5년 정도 시범실시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시행했어야 할 ‘공룡’ 같은 제도”라며 “부착대상 범죄는 강도죄 외에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재영·이유진·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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