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창시자인 문 총재는 하나님 해방과 인류 구원, 세계평화 실현에 큰 족적을 남긴 거목이다. 일평생 불굴의 투지와 신념으로 지구촌 전쟁 종식과 갈등 해소에 온 힘을 쏟았고, 참사랑 평화 화해의 씨앗을 뿌리면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했다. 그의 노정(路程)에는 한국 사회는 물론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와 해법이 동시에 담겨 있다. 이제 고인의 유지를 계승·발전시키는 일이 중차대한 숙제로 남겨졌다.
고인은 밝은 눈으로 일찍이 냉전체제 해체를 내다봤다. 국제승공연합을 창설해 승공운동을 펼치는 등 해체에 앞장서기도 했다.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공산주의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본 고인은 1985년 ‘공산주의 종언’을 선언한 데 이어 1990년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공산주의 정치체제 전환에 물꼬를 텄다. 1981년 공산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남미에서도 이념의 허구와 기만을 폭로하고 자유와 평화를 실현하는 데 앞장섰다.
인류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업적은 아마도 세계 평화운동일 것이다. 전쟁과 갈등을 끝내지 않고서는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작동했다. 고인은 근본 해결책도 제시했다. 인류가 하나님 아래 한 형제자매임을 깨닫고 한 가족이 될 때 공생·공영·공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적시한 것이다. 말에 그친 게 아니다. 세계 지도자들과 더불어 행동에 나섰다. ‘세계평화정상회의’를 창설해 핵무기 감축은 물론 중동평화, 아프리카 경제자립, 지구환경 등의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한편 2005년에는 125개국의 정치 지도자 3500여명이 참여한 민간 차원의 국제평화기구인 ‘천주평화연합’을 만들어 인류평화와 화해운동을 이끌었다. 인류가 화해와 사랑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새 문을 연 것이다.
인류평화에 대한 고인의 열정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1991년 김일성 주석과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남북대화를 통한 화해의 씨앗을 뿌렸다. 방북 직후 발표한 담화문에는 남북통일에 대한 열망이 가득히 담겨 있다. “오늘날 우리의 과제는 조국통일이다. 나는 지금까지 하나님의 뜻을 따라 통일 성업을 이루는 일념으로 살아왔다”고 밝힌 것이다. 고인은 “한반도 갈등과 투쟁을 종식하고 화해와 사랑으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7000만 겨레가 거족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대 종교사에도 높은 이정표를 세웠다. 종교 간 갈등과 배타적 행태를 인류 화합을 해치는 위협요소로 파악해 초교파·초종교 조직을 결성하는 등 종교화합에 힘쓴 것이다. 9·11 사태 이후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시크교, 힌두교 등 종단 대표자들과 함께 펼친 ‘이스라엘 평화대행진’이 대표적 사례다. 2003년에는 유엔본부 앞에서 세계 각 종단 대표 등 1만8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초종교 평화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고인은 민족·인종 간 갈등을 해소하고 평등을 실천하는 방안으로 국제결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실현했다. 인종을 초월한, 참사랑으로 이룬 이른바 ‘국제축복’이야말로 세계평화 구현에 직결된다고 본 것이다. 한국인과 일본인, 백인과 흑인, 유대인과 독일인이 맺은 결혼을 축복한 이유다. 지금까지 이뤄진 국제결혼은 수억 쌍에 이른다. 고인은 나아가 참가정운동·순결운동도 주창했다. 가족해체와 성 윤리의 타락이 가정은 물론 우리 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근원이 되는 까닭이다. 이 시대의 도덕적 위기를 예견한 혜안이 빛을 발했다.
고인은 교육은 물론 언론에도 깊은 애정을 쏟았다. 세상을 밝게 비추려는 헌신적 기여였다. 한국 선문대와 청심국제중·고, 미국 브리지포드대 등 다양한 교육기관을 설립해 미래세대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세계일보를 비롯해 워싱턴타임스, UPI통신 등 세계 각지에서 언론기관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언론관에 바탕을 둔 노력이었다.
고인의 노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무고하게 6차례의 옥고를 겪는 등 고난의 길을 걷기도 했다. 때로는 그 숭고한 뜻이 왜곡되고 업적이 폄훼당하기도 했다. 고인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참사랑 앞에서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종교 지도자, 평화의 선구자로서 흔들림없이 세계평화운동에 매진했다.
반향은 컸다. 특히 물심양면의 노력이 경주된 평화구축사업은 세계인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각국 35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세계NGO연합이 국제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만국평화상을 수여했다. 고인의 업적은 세계인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문 총재는 임종에 앞서 “정지(停止)는 없다”는 요지의 말씀을 남겼다. 이 땅에 남은 이들에게 더욱 분발해나갈 것을 당부한 것이다. 세계평화의 길이 여전히 멀고 아득한 지구촌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읽혀진다. 실제 세계 곳곳에서는 분쟁이 끊이지 않고 민족·국가간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남북관계도 얼어붙었다. 고인의 숭고한 뜻이 길이 계승되도록 해야 한다. 고인이 뿌린 씨앗이 앞으로 세월과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통일, 나아가 인류평화라는 큰 나무로 자라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큰 가르침을 남긴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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