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총재는 8월3일부터 건강이 나빠졌다. 이날부터 열흘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1차 입원했다. 심한 기침증상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건강에 이상 증세가 나타난 것은 전달부터였다. 문 총재는 7월16일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귀국하자마자 경기도 가평의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아벨여성유엔 창설대회를 주관했다. 130개국에서 온 여성지도자 등 1만2000명이 참석한 행사였다. 문 총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독을 풀 시간도 없이 집회 다음날 새벽 통일교 성지인 가평 천정궁에서 훈독회를 가졌다. 식구(신도)들과 함께 ‘문선명 선생 말씀선집’ 등을 읽는 훈독회는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7∼13시간 계속된다. 훈독회 이후에는 경기도 구리 등지의 수련원에서 원리본체론 교육을 받고 있던 국내외 수련생들을 만났다.
당시 문 총재의 건강상태는 상당히 안 좋아 보였지만 주위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감기와 고열, 몸살 증세를 보여도 곧바로 회복해 다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늘 목격해온 터였다. 문 총재는 이후에도 피스컵축구대회 개회선언 및 우승컵 시상을 직접 거행하고 여수 거문도를 방문했다. 젊은 사람도 따라하기 힘든 일정이었다. 거문도는 문 총재가 귀국할 때마다 들러 세계 구원과 해양 섭리를 위해 정성을 들이고 기도하던 곳 가운데 하나다.
성화 한달 전 모습 문선명 총재가 성화 한 달 전인 8월2일 서울 용산구 오산고등학교를 방문해 학교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산학교는 독립운동가였던 작은할아버지 문윤국 목사가 이승훈 선생을 도와 세운 민족학교로, 문 총재는 이 학교에 입학했다가 정주공립보통학교로 전학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그런데 교내에서 말씀 도중 기침이 계속됐다. 상태가 이전보다 악화됐다. 천정궁으로 돌아온 뒤에도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부인 한학자 세계평화여성연합 총재는 병원 진찰을 적극 권했다. 평생을 병원과 인연을 맺지 않으려 해온 문 총재는 결국 8월3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감기와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이었다. 고령인 데다 무리하게 섭리 일정을 강행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의료진은 엑스레이,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등 각종 검사를 했다. 예상치 않게 광부의 폐에서나 나타나는 증세가 발견됐다. 북한 흥남형무소에 수감돼 강제노역에 시달릴 때 암모니아 가루가 폐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됐다. 문 총재는 1948년 2월 종교 말살 정책을 펴던 공산 당국에 체포돼 2년8개월간 비료를 운반하며 혹독한 수감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산소를 공급하는 폐에 광물질이 스며들어 있어 호흡이 일반 환자보다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입원 초기부터 하루 서너 번 산소 마스크를 쓰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5월10일 부인 한학자 세계평화여성연합 총재(뒷줄 가운데) 등과 함께 전남 여수 엑스포 현장을 찾았다.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뒷줄 왼쪽 두번째)과 통일그룹 문국진 회장 부인인 박지예 영진장학재단 부이사장(왼쪽 네번째)이 함께했다. |
천정궁으로 돌아온 문 총재는 이날 하늘로부터 많은 계시를 받고 기도와 함께 특별 의식을 치렀다. 수행원과 교회 간부들은 문 총재가 이미 병원에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문 총재는 휠체어를 타고 천정궁 곳곳을 둘러보며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 이루었다!”는 말씀을 하루 동안 네 번이나 하며 주변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문 총재는 2010년 ‘천지인참부모 정착 실체말씀 선포대회’를 통해 복귀섭리를 최종적으로 완성·완결·완료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문 총재는 기관지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날 저녁 말씀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오후 10시 무렵부터 기침이 다시 시작됐다. 다음날은 차량으로 청평 단지를 둘러보기 위해 천정궁을 나섰다.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앞까지 다녀왔지만 오후가 되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날 저녁 호흡이 불편해지고 다음날 아침까지도 상태가 회복되지 않자 한 총재는 문 총재를 설득해 인근 청심국제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간 모든 역경을 이겨낸 문 총재이지만 너무 무리한 일정을 강행한 탓일까. 산소가 혈액에 흡수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산소포화도가 점차 떨어졌다. 한 총재는 다시 문 총재의 서울성모병원 입원을 결정했다. 8월14일 서둘러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산소포화도는 80% 아래로 떨어져 위독한 상태가 됐다. 인공호흡기를 동원했지만 폐렴 박테리아가 신장으로 전이됐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자 소변을 보기가 어렵게 됐다. 동시에 혈액이 산성화돼 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됐다.
의료진은 다리 쪽 혈관을 통해 혈액을 뽑아 인공 기계를 거쳐 산소를 공급하는 방식을 동원했다. 의료장비가 점차 늘어나고 중환자실 면회도 하루 두 번으로 제한됐다.
담당 의사들은 재입원 후 1주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며칠 동안은 산소포화도와 혈압, 맥박이 거의 정상으로 회복되고 부기도 빠져 희망을 갖게 했다. 그러나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합병증은 점차 악화됐다. 신장 기능이 정지되고 간 기능도 급속히 떨어졌다.
병원 의료진은 8월28일 “현대 의술로는 더 이상 폐기능 회복을 약속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곧바로 한 총재를 중심으로 이날 오후 대책회의가 열렸다. 한 총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버님(문 총재)의 성체(聖體)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청심병원으로 거처를 옮겨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복잡한 도심 병원 중환자실보다는 영적 기운이 어린 성지에서 조용히 집중 치료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 세계 식구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하늘의 기적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뜻이 담겨 있기도 했다.
문 총재는 8월31일 저녁 청심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이후 전문적인 치료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문 총재는 생사의 마지막 기로에서 하늘의 길을 선택한 것 같다. 9월3일 오전 1시54분 문 총재는 시공을 초월해 영원히 사는 천국으로 입성했다.
한 총재는 문 총재의 성화를 예감한 듯 8월18일 전 세계 식구를 대표한 대륙회장들과 기관장들에게 “우리에게는 정지가 없다”는 요지의 말씀을 전했다. 문 총재 건강 악화 이후의 첫 공식적인 말씀인 셈이다. 한 총재는 “아버님(문 총재)께서 지금까지 가르쳐 주신 일을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원절을 놓고 준비하는 각 분야를 절대 소홀히 하지 말고 잘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통일교는 섭리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안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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