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우·임민혁·이순구·한형주·박용만 공저/돌베개/2만5000원 |
조선의 왕비는 정사에는 관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정치적이고 고된 자리가 조선시대 왕비였다. 외척 발호 같은 정치 풍파에 휩쓸려 비명에 간 왕비가 부지기수다. 제 명에 죽은 왕비가 몇 명 되지 않았다. 왕의 정실 부인이자 조선의 국모인 왕비는 절대 권력의 중심부에서 권한을 행사하기도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진이 펴낸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는 왕비의 간택 과정에서부터 궁궐에서의 일상, 왕비를 둘러싼 친인척과 정치세력 등 왕비의 삶과 역사적 흔적을 들여다본다.
조선왕조사 곳곳에는 외척을 통한 왕비의 정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수렴청정을 통해 왕 못지않게 권력을 행사하기도 했으나 말년은 대개 쓸쓸했던 게 왕비였다.
자유연애가 허락되지 않던 조선시대 왕의 배필인 왕비는 공모를 통해 선발됐다. 왕실은 전국에 광고를 내 왕비 후보 신청을 받았다. 왕비 간택령이 내려지면 전국의 15∼20세 양반가 처녀들은 단자를 제출해야 했다. 정작 부모들은 왕을 사위로 맞아들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각 가정에서는 딸을 숨기거나 나이를 늘리고 줄이는 등으로 단자를 제출하지 않으려 했다. 인조 때는 딸을 숨기려다 발각된 전·현직 관료들을 잡아다가 추문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왕비를 포함한 왕실 여성들의 자녀 출산력은 그리 높지 않았다. 조선 27명의 왕 가운데 적장자로 왕위에 오른 군주는 문종·단종·연산군·인종·현종·숙종·순종 등 7명에 불과했다. 상당수의 왕은 적자가 아닌 서자였다.
책은 이외에도 왕과 왕비의 첫날밤, 왕실 여성들의 여가생활, 후궁과 궁녀의 삶 등 은밀한 사생활까지 보여준다.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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