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측 “우수학생 어떻게 구별하나” 반발 2014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수시모집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 입시 수시 전형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대폭 낮춰달라고 요청했다고 30일 밝혔다.
대학들은 다음달 30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내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주요 대학들이 수시에서 여전히 높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입학사정관제 도입 취지나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최근 비중을 늘리고 있는 입학사정관제가 수험생의 학력보다는 전공 적합성 등을 더 중시하는 전형인 만큼 수능 성적은 굳이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학생·학부모의 ‘대입 전형 단순화 요구’와도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올해 대입 전형이 약 3300개일 정도로 복잡한 것은 각 대학이 학교생활기록부(내신)와 논술, 면접 등 수시 주요 전형 요소 이외에 ‘보험’ 격으로 수능까지 포함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수능 최저학력기준마저 완화하면 도대체 학생을 어떻게 선발하라는 얘기냐”며 반발하고 있다.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대학이 사실상 서열화돼 있고 엇비슷한 ‘스펙’을 가진 수험생들이 3∼4곳의 대학에 몰리는 상황에서 대학으로서는 최저학력기준마저 없다면 어느 지원자가 더 우수한지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수능 최저학력기준 완화를 밀어붙이면 변별력 확보를 위해 대학별 논술시험과 구술면접, 적성검사가 더욱 어려워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대학들의 선발 능력에 관한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들은 지금까지 쉬운 수능 때문에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 고사로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논술 등을 통해 우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일부 대학이 굳이 수험생들의 수능 점수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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