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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독일인들의 왜건 사랑…이유는? BMW 3시리즈 투어링(上)

입력 : 2012-10-30 23:04:06 수정 : 2012-10-30 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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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에서 파리까지 2000km 달려보니…성인 4명 여행도 거뜬
세단보다 왜건 많은 유럽 車, 실속과 멋 한꺼번에

BMW가 30일 국내에 출시한 신형 3시리즈 투어링을 유럽에서 미리 만나봤다. BMW에서 왜건 모델을 말하는 ‘투어링’처럼 여행을 가야한다면 이보다 좋은 대안은 없다. 특히, 고속으로 달려야한다면 말이다.

10시간에 가까운 비행에 이어 3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독일 뮌헨에 도착했다. 독일 최대의 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한창인 뮌헨. 중앙역까지 전통복장의 흥겨운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유럽 전역, 전 세계에서 모여들었는데 2주간 약 600만 명이 찾아온다. 덕분에 중앙역도 번잡스럽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제 갈 길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느 곳이나 그렇듯 역 앞에서는 택시가 길게 늘어섰다. BMW, 메르세데스 등 말로만 듣던 독일 명차들을 탈 수 있는 기회다. 택시 가운데 상당수는 트렁크를 SUV처럼 길게 뽑은 왜건이다. 국내에선 실용적이지만 소위 ‘모양 빠진다’고 해서 외면받는 형태다. 하지만, 오늘 시승하는 BMW의 신형 3시리즈 역시 왜건, 모양 빠지는 차와 함께 달려보기 위해 중앙역을 떠났다.

 

▲ 왜건이 먼저? 세단이 먼저?

국내에선 대부분의 차가 세단이다. 이른바 쏘나타 스타일이 가장 무난한 차에 속한다. 하지만, 유럽에선 왜건이 가장 무난한 차다. BMW의 5시리즈도 왜건이 더 많고 3시리즈 역시 세단을 찾아보기 힘들다.

왜건은 최초의 자동차와도 관련 있다. 19세기 말 자동차가 처음 등장할 때는 말 대신 엔진을 붙인 형태였다. 따라서 말이 있던 공간은 엔진으로 바뀌었고 마부의 의자는 운전석으로, 사람이 타거나 화물을 싣던 공간은 천으로 포장을 씌워 달렸다. 바로 이 형태를 왜건이라고 불렀다. 그러니 자동차의 원조는 왜건이다.

왜건을 선호하는 유럽인들을 보고 ‘실용적’, ‘합리적’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하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사는 한 지인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냉장고를 사도 배송해주지 않는다. 배송료는 별도다. 그것도 한두 푼이 아니라 냉장고 하나 옮기는데 10∼20만원쯤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책장, 테이블, 소파 등 가구들을 사도 마찬가지고 식료품은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물건을 직접 옮겨야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짐을 많이 싣고 다니는 차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모양 빠진다’고 말하는 이는 없다. 자동차가 처음 나올 때부터 이어진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 BMW 330d 투어링 제원표
▶ BMW 330d 투어링 /사진=이다일 기자

▲ BMW 330d 투어링, 가는 곳 마다 시선 사로잡아

시승하는 내내 부담스러운 것은 차의 성능이 아니라 컬러와 디자인이었다. 왜건에 관심이 많은 유럽인들이 톡톡 튀는 색상의 BMW 3시리즈 투어링을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신호대기에서 만나면 외국인인 나에게도 차에 대해 물어봤고, 주차장에 돌아오면 자기들끼리 차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시승한 BMW 330d 투어링은 고성능 튜닝 버전인 M 패키지가 들어갔다. 휠과 타이어를 비롯한 외관과 내부 디자인까지 곳곳이 스포티하게 꾸며졌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이 차의 색깔이다. ‘에스토릴 블루’라는 컬러는 M패키지에만 적용되는 색으로 마치 형광펜을 칠한 듯 도로에서 눈에 띈다. 에스토릴은 포르투갈 리스본 인근의 리조트로 대서양을 마주보고 있다. 추측건대 바다의 푸른 빛에서 따온 이름일 것이다.

약간은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튀는 색들이 최근 자동차 업계의 추세다. 미국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한 한 전문가에 따르면 “최근 들어 독일차는 물론 미국차까지 톡톡 튀는 색상의 차를 내놓고 있다”며 “1970년대 이른바 디스코 세대에 유행하던 컬러를 다시 꺼내들어 자동차 색깔에도 복고 열풍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 M패키지가 적용된 BMW 330d 투어링 /사진=이다일 기자
▲ 완성도 높은 왜건 스타일

앞모습과 뒷좌석 뒤 기둥인 C필러까지 모습은 이미 올 초 국내서도 선보인 신형 3시리즈(코드명 F30)와 동일하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앞 트임이라 부르는 헤드라이트의 디자인과 길게 빠진 보닛, BMW의 특징인 짧은 오버행까지 스포티한 모습이 그대로다.

C필러 이후에는 라인의 변화가 생겼다. 트렁크로 이어지던 곡선이 그대로 살아서 넘어가다 마치 SUV의 트렁크처럼 뚝 떨어진다. 전형적인 왜건이다. 언뜻 보기엔 세단보다 길어보이기도 하지만 뒤를 늘려놓은 차는 아니다. 4624㎜의 세단과 길이가 동일하다. 1811㎜의 폭도 동일하고 앞뒤 바퀴간 거리인 휠베이스도 2810㎜로 같다. 즉, 동일한 차체에 트렁크 부분을 다르게 만든 차다. 언뜻 생각하기엔 세단을 왜건으로 만들었으니 완성도가 떨어질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지만 왜건이 주류인 유럽을 생각하니 오히려 반대의 추측이 가능하다. 왜건을 먼저 만들었을 가능성 말이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BMW 3시리즈 왜건의 디자인은 훌륭하다. 앞뒤 문짝을 가로지르는 숄더 라인이 트렁크까지 이어져 테일램프 중앙을 가로지른다. C필러에 작은 유리창이 들어갔고 트렁크는 BMW의 SUV X시리즈와 동일한 모양으로 꺾어져 내려온다. 우리 눈에는 너무 낯설어 어색했던 차, 왜건이 새롭게 보인다.

 

▲ 4명+4개의 짐과 함께 여행에도 거뜬

뮌헨에서 시작한 시승은 독일을 가로질러 프랑스 파리까지 이어졌다. 곧바로 파리로 향해도 800㎞가 넘는 긴 거리인데 중간 중간 취재일정이 포함해 동선을 짜니 거리는 두 배쯤 늘어났다. 중간에 일행이 늘어나기도 했다. 함께 파리로 가기로 한 기자 3명이 동행했다. 물론 서울에서 비행기에 싣고 날아온 캐리어 3개도 함께다.

국내에선 콤팩트 세단 혹은 스포츠 세단으로 분류하는 3시리즈에 성인 4명이 타고 열흘간의 짐을 담은 캐리어도 실어야 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캐리어를 쌓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동행인들을 만나러 아우토반을 달렸다.

고성능 스포츠 버전 M의 일부를 차용한 M패키지는 시트 모양까지 바꿔놨다. 운전석은 옆구리까지 조여주며 단단하게 잡아준다. 조수석도 모양은 마찬가지고 뒷좌석 역시 성인 남성이 타도 무릎 공간이 여유있다. 신형 3시리즈의 가장 큰 변화가 여유있는 뒷좌석이었으니 말이다.

일행의 짐을 싣기 위해 트렁크를 열었다. 풀 옵션에는 트렁크 아래를 발로 차는 시늉을 하면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린다. 성인 키만큼 높게 열리는 문 아래로 캐리어를 쌓았다. 대형 캐리어 2개를 바닥에 깔고 위로 조금 작은 것을 올렸다. 비닐봉지에 담은 자질구레한 물건들과 누군가 가져온 쇼핑백까지 구석구석 넣었다. 기자들의 밥줄인 노트북과 카메라가 담긴 백팩 역시 뒤로 얹었다. 4인분 짐을 싣고 트렁크를 버튼을 눌렀다. 전동으로 내려오는 트렁크가 쏙 닫힌다. 세단보다 얼마나 더 싣겠느냐는 생각은 기우다. 이렇게 일행은 수백㎞ 길을 달렸다. 작은 승용차라고 생각했던 3시리즈의 새로운 발견이다.

 

 

 

* 옵션, 주행성능은 下편에 계속.

 



뮌헨=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 BMW 330d 투어링 제원

엔진형식   2993cc 6기통 디젤

최고출력   190kW / 4000rpm

최대토크   560Nm/1500∼3000rpm

최고속도   250㎞/h (전자식 속도제한)

0->100㎞/h 5.6초

공인연비   도심 6.3ℓ/100㎞, 고속 4.5ℓ/100㎞, 복합 5.1ℓ/100㎞ (유럽기준)

CO2 배출 135g/㎞

연료탱크   57ℓ

길이 4624㎜

폭    1811㎜

높이 1429㎜

휠베이스 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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