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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위안을 주는 곳…동해 묵호등대와 논골담길

입력 : 2012-11-01 17:35:43 수정 : 2013-09-27 16: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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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 비추듯 꽉 막힌 세상에 빛이 돼줄래
가을 여행지로 강원도 동해를 소개하는 것은 바다와 단풍이 빚어내는 빼어난 풍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이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동해라는 지명에 걸맞게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조탁한 절경이 해변 곳곳에 숨겨져 있고, 다음 페이지에서 다뤄지는 무릉계곡은 우리 땅에서 손꼽히는 단풍명소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7번 국도를 타고 강릉에서 삼척 방향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망상·어달·묵호·추암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게 하는 유명 해변이 줄줄이 나타난다.

강릉을 벗어나 처음 만나게 되는 동해시 최북단의 망상해변. 울창한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인 망상해변에는 국내 최초의 자동차 전용 야영장인 망상오토캠핑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다. 2002년 세계캠핑캐러배닝대회가 열렸던 곳으로 해변에 캐러밴, 자동차 캠핑장, 통나무집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바로 창문 앞에 바다가 펼쳐지는 이 이색숙소는 겨울에도 빈방이 없을 정도로 인기다. 지난주에는 한옥 숙박시설까지 새로 문을 열었다.

서울 숭례문의 정동방인 까막바위.
다시 차를 몰아 남쪽으로 내려가면 대진을 거쳐 아달해변이 보인다. 해변 앞 바다에 울퉁불퉁 솟아있는 수십 개의 바위가 볼거리인 곳으로, 7번 국도는 이곳에서 바다 바로 옆을 달리고 있다. 조금만 파도가 높아도 바닷물이 도로 위로 들이칠 정도다.

서울 숭례문의 정동방이라는 거대한 까막바위를 지나면 묵호항이다. 묵호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쪽 언덕에 자리한 묵호등대는 1968년 제작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이 워낙 빼어난 데다 주변에 작은 공원 등 휴게시설이 갖춰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쇠락한 달동네의 논골담길은 묵호의 옛 풍경을 그린 벽화를 통해 여행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묵호항에서 묵호등대로 올라가는 언덕에 형성된 마을이 묵호진동. 최근 배낭여행의 명소로 떠오른 논골담길이 자리한 곳이다. 이곳은 1960∼70년대 선창가 달동네의 풍경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한두 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고 가파른 골목길 양쪽으로는 슬레이트와 양철 지붕을 얹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41년 어업 전진기지인 묵호항이 개항하면서 이 마을이 형성됐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산꼭대기까지 판잣집이 지어졌고, 30여년 전만 해도 명태와 오징어가 많이 잡히며 북적댔다. 그러나 어획량이 줄며 사람들이 떠나갔고, 가난한 동네는 더 썰렁해졌다.

지난해 말 동해문화원이 잃어버린 묵호를 재발견하자는 취지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담과 벽에 묵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벽화로 그리는 사업을 펼치며 논골담길은 언덕배기 벽화길로 다시 태어났다. 논골담길에 벽화가 그려지며 이 잿빛 마을에 다시 온기가 돌기 시작했고, 방문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추암해변 촛대바위의 일출.
짙은 여운을 남기는 논골담길을 뒤로하고 다시 남쪽으로 향하면 동해 시내와 동해항을 지나 삼척과 맞닿은 동해시의 최남단 추암해변에 닿는다. 동해 비경 중 첫 번째인 추암해변은 애국가 첫 소절 배경 화면으로 유명한 해돋이 명소인 촛대바위를 비롯해 거북바위·두꺼비바위·부부바위·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빼어난 풍광을 이루고 있다. 조선시대 재상 한명회는 이곳의 절경에 취해 능파대라고 부르기도 했다. 능파(凌波)는 ‘물결 위를 가볍게 걸어다닌다’는 뜻으로 ‘미인의 가볍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이른다.

해질녘 다시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묵호등대에 올랐다. 건너편 언덕 ‘등대불빛 아래’라는 카페 앞에 서자 묵호등대의 전경과 그 아래 묵호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둠이 깔리는 밤바다에 하얀 등대는 불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등대의 하얗고 곧은 빛줄기가 묵호항 주변의 은은하고 작은 불빛과 함께 꾸미는 밤 풍경은 아늑하고 푸근하기 이를 데 없다. 때마침 인근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색소폰 소리가 가을 밤바다에 울려퍼진다.

묵호등대의 빛줄기가 묵호항의 은은한 불빛과 어우러져 여행자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여기에 인근 카페의 색소폰 소리가 곁들여지자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인 가을밤의 정취가 빚어진다.
암흑의 바닷길을 오가는 사람에게 희망의 상징인 등대가 이렇게 묵호항에서 낭만적인 밤바다 풍경을 만들어 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동해시가 선정해 놓은 동해 비경은 모두 9개. 만약 여기에 하나를 추가한다면 이 묵호등대의 멋진 야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묵호등대가 바로 아래 논골담길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동해=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동영상 = 유튜브 okayee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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