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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인터뷰] 임형주 “팝페라와 아이유의 만남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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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1-10 15:08:22 수정 : 2012-11-10 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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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는 소수가 즐기는 어려운 장르가 아닙니다. 대중적 인식이 그렇게 된 것에는 제 책임도 큰 것 같아요. 점차 새로운 시도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아이돌 스타들과의 협업은 어떨까요?”

청아한 목소리로 ‘마법의 성’을 부르며 관객을 매료한 12살 꼬마신사는 데뷔 15년차의 팝페라 테너로 성장했다. ‘국내 팝페라의 개척자’로 불리는 임형주(27)는 예원 학교 성악과 수석 졸업, 뉴욕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 만장일치 합격, 피렌체 산펠리니음악원 조기 입학 등 신동의 행보를 보였고 ‘최초’, ‘최연소’라는 타이틀 아래 전 세계를 무대로 공연을 펼쳐왔다.

20대라는 젊음의 타이틀 아래, 임형주는 또 하나의 업적을 추가한다.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펼치는 2012 임형주 콘서트 ‘클래식 스타일’이다. 대관심사가 까다로운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단독으로 공연한 국내 아티스트는 성악가 조수미, 가수 조용필, 조영남뿐이었다. 임형주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개관 이래 최연소의 나이로 4번째 단독 공연자로 남게 됐다.

임형주는 이미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프랑스 파리의 살 가보와 생 루이 데 앵발리드 성당, 오스트리아 빈의 콘체르트 하우스 등 해외 유수의 무대에 섰다. 여간해선 떨리지 않을 것 같은데, 국내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의 단독 무대를 앞둔 심경이 궁금하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이 갖는 의미가 크다. 난 뉴욕 카네기홀 내의 공연장 3곳에서 모두 단독 공연을 펼친 최초의 한국 음악가였다. 이번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은 그때만큼 기쁘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대관에 굉장히 보수적이라 때론 원성을 듣기도 한다. 그만큼 내가 감당해야할 압박감이 크고 몸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무척 행복하다. 그동안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독창회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무수히 기도했는데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됐다.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성장했다.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영재, 신동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고 뮤지션으로서 데뷔도 빨랐다. 당시 삼성 영상사업단이 있었는데 조수미, 신영옥 선배 다음으로 스카우트돼 독집 앨범을 발매했고 이는 한국 최초의 보이 소프라노 앨범이었다. 그리고 1998년 5월에 출연한 ‘이소라의 프러포즈’에서 ‘마법의 성’과 뮤지컬 ‘에비타’의 ‘돈 크라이 포미 아르헨티나’를 불렀다.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됐지만 노래 부르는 아들에게 질색한 부모님 때문에 3개월 만에 앨범 활동을 접었다.

사랑하는 음악을 접은 유일한 시기였겠다.

어린 나이에 반항을 하게 되더라.(웃음) 그때 받은 선물이 마리아 칼라스의 CD였고, 1번 트랙 ‘정결한 여신’(Casta Diva)이 내 인생을 바꿨다. 원래 나는 신승훈, 조성모 같은 발라드 가수가 되고 싶었다. 성악은 풍채 좋은 중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배우 같은 마리아 칼라스의 청아한 목소리가 나를 클래식으로 이끌었다. 물론 나를 CEO, 외교관으로 만들고 싶었던 부모님의 반대가 대단했지만 내 고집이 이겼다. 그렇게 단 4번의 성악 개인레슨을 받고 예원 중학교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미국 줄리어드에서 수학하며 팝페라 가수가 됐다.


내년이면 벌써 데뷔 15주년을 맞는데 아직 20대 중후반이다. 어느 순간 임형주의 시간은 정지한 것 같다.

12살 때 처음 만났던 언론 관계자들이 현재 부장급 임원이 돼 있더라. 그 분들은 내게 ‘아직도 20대냐’며 놀라워한다.(웃음) 사실 나는 그룹 슈퍼주니어의 일부 멤버들보다 어린데 아이돌 스타들이 나를 너무 어려워한다. 미용실에서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을 만났는데 내가 자기보다 어리다는 사실을 자꾸 확인하더라. 나의 2대8 가리마와 정장 차림 때문에 나이가 들어 보이는 걸까. 걸그룹과도 친해지고 좋은 오빠가 되고 싶은데 자꾸 아저씨로 보는 것 같다.(웃음)

아이돌 스타들과 협업할 계획은 없나.

기회가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작업이다. 언제부턴가 팝페라가 명품 백을 드는 30·40대 여성들의 전유물이 된 것 같은데 대중적인 행보를 걷지 않은 내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내 팬들 중에는 여성이 많으니 빅뱅, 슈퍼주니어, 비스트 등 남자 아이돌과의 협업도 좋을 것 같다. 여자 아이돌 중에는 뛰어난 싱어송라이터인 아이유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다. 그런데 아이유에게는 미안한 일이 하나 있다. 과거 그녀의 인사를 못 보고 지나친 일이 있는데 정말 미안했다. 이 자리를 통해 다시 사과의 말을 전한다.(웃음)

그래도 임형주의 이상형은 아이돌이 아니라 여배우 심은하다.

심은하, 이영애를 굉장히 좋아한다. 요즘에는 강수연의 아름다움에도 푹 빠진 상태다. 심은하는 내가 대표로 있는 아트원 문화재단의 유치부에 학부모 상담을 하러 와서 만난 적이 있다. 유치부 원장으로서 말을 해야 하는데 떨려서 눈도 마주치지 못하겠더라.(웃음) 사실 나는 내가 기댈 수 있는 누님 같은 여성이 이상형이다. 그동안 교제도 연상의 여성들과 했다.

임형주도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된 것인가.

슬슬 친구들이 결혼을 하더라. 예전에는 결혼에 관심없었는데 이제는 내 가정을 만들고 싶고 한 여자의 남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다. 하지만 결혼은 40대에 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가정을 꾸릴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 난 한 우물만 파는 성격이다. 지금까지 뮤지컬을 한 편도 하지 않고 팝페라에만 몰두한 것도 이런 성격 때문이다.

한 길만 걷다 보면 대중성을 확보하기 힘들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싶지 않나’, ‘예능프로그램에 왜 출연하지 않나’라고 묻는다. 과거 ‘쟁반 노래방’에서 출연 제의가 왔고 한 시트콤에서는 나를 위한 에피소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난 엔터테이너가 아닌 뮤지션이고 싶어 거절했다. 이런 생각으로 방송인 강호동이 진행했던 ‘무릎팍도사’의 출연도 고사했고 지금은 천추의 한이 됐다.(웃음) 그땐 무서워서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오늘 만난 임형주는 사람을 웃게 만들 줄 아는 아티스트인 것 같다.

지인들은 내게 푼수 기질이 있다고 한다.(웃음) 과거의 나는 배타적인 아이였다. 어른들의 세계에 적응하려면 어쩔 수 없이 긴장하고 스스로 방어해야했다. 그러나 점점 성장하면서 소탈한 나 자신을 찾았다. 인간이 매사에 우아할 수 있나. 일상 속 고상함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으니 스스로 자유로워졌다. 반면 무대 위에서는 더 까다로워졌다.

무대에서는 프로페셔널, 일상에서는 평범한 20대 소년인가.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을 실천하고 있다. 무대에 서기 전, 사람들과 연예인의 열애설 등에 대해 수다를 떨 때도 있다, 반면 무대 위에 올라가는 순간부터는 노래의 주인공으로서 집중한다. 다시 무대에서 내려오면 나는 일반인이다. 일상에서 자신을 스타로 인식하면 피곤하다. 무대 위의 임형주는 반듯한 헤어스타일에 정장 차림이지만, 집안에서의 나는 무릎 나온 운동복을 입은 남자일 뿐이다.(웃음)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디지엔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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