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를 마무리하며 국가 인재 정책의 핵심인 교육과학기술정책과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홍승용 부의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 부의장은 지난 1년간 이 분야를 고민해 왔다. 이번 달 임기를 마치는 그는 정부 정책의 공과를 평가하면서 “거친 원석을 갈고 또 갈아야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도 인내심을 갖고 인재 확보를 목적으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람이 국부다-세계는 인재전쟁〉 시리즈를 봤나.
“21세기 지식경제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인재다. 이런 점에서 세계 주요 국가의 인재 육성과 유치 전쟁 관련 기획기사는 시의적절했다. 시리즈가 제2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 같은 주제로 영·유아 및 초·중등 교육에서의 인재 중요성을 짚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부가 추진해 온 인재정책을 평가해 달라.
“정부는 대학원 글로벌 교육연구 제고를 위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 사업(WCU)과 BK21, 고등교육의 질과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구조개혁,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과학기술 르네상스 사업과 브레인리턴500, 글로벌 박사장학금 사업 등 다양한 인재 유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는 4%를 돌파해 세계 2위 수준으로 높아졌다. 기초과학에 투자를 늘렸다는 점은 큰 성과로 본다. 하지만 고등교육 인력수급 전망과 인력양성 공급체제 정비가 미흡했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한국 두뇌를 스카우트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면 말이 나왔을 때 바로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공계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연구 생태계 조성도 부족한 점이 많다. 대학원 질 향상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은 시작도 못했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오지 않는 학생이 많아 문제다.
“2011년의 경우 해외로 나간 학생은 29만명인데 귀국한 학생은 9만명에 불과하다. 유학수지 적자는 44억달러(약 4조776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두뇌 유출)’은 한국의 신성장 동력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에너지를 외부에 빼앗긴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특히 이공계 분야 인재 유출이 심각한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이공계 박사급 인력이 2014년까지 3100여명 부족해진다.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활성화해 두뇌 유출국에서 두뇌 유입국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심각한 인력 고갈에 시달릴 수 있다.”
-인재의 유치나 유출 방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얼마 전 미국 스탠퍼드대학 방문 때 인도인 친구를 만났다. 그는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돈이나 애국심의 문제를 떠나 미국 대학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 있어 대학·산업계의 연결 생태계가 정말 좋다고 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와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뛰어난 인재가 자신의 열정과 지식을 펼치고 여럿이 모여 ‘집단지성’을 같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2011년 개원한 기초과학연구원, 대전 대덕단지에 조성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기대가 크다. 얼마나 우수한 연구자가 모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201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 과학자 500명을 유치하는 ‘브레인리턴500’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들과 국내 연구진이 연구 노하우를 공유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
-노벨상 탈 수 있을까.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운영철학을 참고할 만하다. 첫째는 ‘능력있는 인재를 영입해 그들이 하고자 하는 연구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둘째는 ‘조급하게 성과를 보채지 않고 기다려 준다’이다. 노벨상은 한국 과학의 가장 큰 콤플렉스다. 늦었지만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기초과학 분야 투자 확대를 통해 노벨상의 꿈을 심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출발은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수십년 늦었지만 씨앗을 심은 것은 대단한 용기다. 차기 정부가 단기간 결과에 얽매이지 말고 투자와 노력을 계속해 꽃을 피웠으면 한다. 막스플랑크연구소나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까지 30년 넘게 걸렸다.”
-대학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등록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싸다. 그런데 내는 만큼 등록금의 가치, 학위의 가치를 대학이 학생에게 돌려주고 있는가. 아니다. 그래서 인재는 해외 유학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 대학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 답도 사람이다. 좋은 교수를 모셔와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학생이 원하는 지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외국 명문대학은 세계적 석학을 모시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비 지원, 실패를 탓하지 않는 분위기 조성,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교수의 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해외 국적의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이민·비자 정책 개선을 위한 고민이 요구된다. 미국은 자국 대학에서 외국 인재를 키우고 자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다문화’를 측은지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 않나. 전 세계 훌륭한 인재가 많은데 장벽이 높다. 예전에 중국 등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많이 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국 학비가 만만치 않은 데다 졸업 후 한국 글로벌 기업에 취업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국보다는 홍콩, 미국으로 발길을 돌린다. 좀 더 문을 열어놓는다면 좋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2018년 한국은 노동인구 증가 추세가 저하되면서 경제성장도 함께 정체되는 ‘인구절벽’을 맞이하게 된다. 피할 수 없는 ‘퍼펙트스톰’이다. 이를 견디려면 다각적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 7월 대통령에게 대학 창업 강화를 건의했다. 지금도 청년창업이 있긴 한데 어떤 점이 더 보완돼야 하나.
“대학의 임무는 3업(業)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3업이란 취업·학업(진학)·창업을 말한다. 좋은 대학의 경우 졸업생 55%는 취업, 15%는 대학원에 진학한다. 나머지 30%는 사회에 나와 할 게 없는 게 현실이다. 창업이 중요한 이유다. 창업한 스탠퍼드대 한 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회사 다니려고 많은 등록금을 낸 것은 아니다’고 말하더라. ‘내 일자리는 스스로 만들겠다’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한국창업재단’으로 확대해 기업가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자금 지원은 사업(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는 불특정 다수의 소액 투자를 받아 자금을 조성하는 소셜펀딩 투자운용회사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무엇보다 도전해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 보장이 중요하다.”
-한국에 필요한 인재는.
“창의성, 전문성, 글로벌, 인성과 긍정적 마인드로 요약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일반적 지식을 언제든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지식 자체보다는 이를 활용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 중요해졌다. 국경 개념이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를 향한 열린 자세와 다양한 문화 이해 능력이 필요하고 언어적 자질도 중요하다. 올바른 성품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는 기본이다.”
글=이진경 기자, 사진=남정탁 기자
홍승용 부의장 프로필
▲1949년 경기도 화성 출생 ▲경복고, 고려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박사과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해양수산부 차관 ▲인하대학교 총장 ▲고려대학교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1949년 경기도 화성 출생 ▲경복고, 고려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박사과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해양수산부 차관 ▲인하대학교 총장 ▲고려대학교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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