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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파워 시대의 역설… 유리천장의 차별

입력 : 2013-01-18 22:30:08 수정 : 2013-01-18 22: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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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대통령·임원 증가 등 약진… 대학진학률 남성보다 높지만 취업률은 최대 26%P 낮아
“명문대·토익 900점 넘어도 영업직은 여자라고 안 뽑아 고질적 남성중심 문화 깨야”
유리천장(Glass Ceiling)’. 월스트리트저널은 1970년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미국 정부는 이후 ‘유리천장위원회’를 만들어 여성의 차별을 해소하고 사회 진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힘을 쏟았다.

첫 여성 대통령 취임을 앞둔 한국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여풍(女風)’이 거세다. ‘대기업들의 여성 임원 발탁, 각종 고시에서의 약진, 남학생을 제친 대학 진학률….’ 일부 현상만 보면 여성 차별과 편견은 종말을 고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뒤에 깊게 그늘진 현실은 여전히 ‘유리천장 안에 갖힌 우먼파워’임을 말해준다. 최근 여성의 대학원 진학이 남성을 앞지른 현상만 해도 여성 사회 진출이 어려운 데 따른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여성이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대접받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82.4%로 남성 81.6%을 처음으로 앞선 데 이어 2011년에는 그 격차(남 70.2%, 여75.0%)가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국가직 7급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35.8%로 2003년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 시행 이후 최고치였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에서 지난달 사상 첫 여성 임원이 탄생하는 등 기업체에서도 여성 임원이 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엄하다. 3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3.7%,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은 1.5%, 중간관리자급 이상은 5.8%에 불과하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지난해 취업률 상위 5개 대학 남녀 취업률을 살펴봤더니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성이 여성을 크게 앞섰다. 10.5%포인트에서 26.0%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다. 대학 진학률과 상반된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에 실패해 ‘취업 재수생’이 된 박모(25·여)씨는 여풍에 감춰진 짙은 그늘을 체험했다. 명문대 출신에다 900점 이상의 토익 점수와 교환학생 경험까지 갖춘 박씨지만 ‘남성’을 선호하는 사회적 벽을 넘지 못했다. 취업설명회에서 한 건축자재 전문업체 관계자는 “영업점 사장이 다 남자인데 여자가 상대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 회사는 영업직은 여자를 뽑지 않는다”고 대놓고 면박을 줬다. 박씨는 “남자 3명, 여자 3명이 모여 함께 취업 준비를 했는데 남자는 모두 취업을 했고 여자는 한 명만 취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대 석사과정 입학생 중 여성이 1563명으로 남성 1400명을 처음 앞질렀지만 이 역시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원 진학을 택하는 여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2010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에 취업한 김모(29·여)씨는 “첫 취업에 실패한 뒤 백수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대학원에 진학해 은행 입사를 준비했다”며 “집안 형편이 좋은 친구 중에는 이런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여성계에서는 여성이 기업에 입사해 고위직에 오르려면 많은 걸림돌을 넘어야 하며, 이를 해결하려면 여성 임원할당제 같은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남성 중심 문화로 여성을 평가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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