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트머스대학 과학자들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칙술룹에 지름 180㎞의 충돌구덩이(크레이터)를 만든 것은 작고 속도가 빠른 혜성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최근 열린 달·행성과학회의에서 발표했다.
많은 학자가 이 충돌공을 만든 물체가 외계 암석이라고 믿어온 근거는 충돌로 인해 지구 전역에 쌓인 퇴적물 속의 이리듐 성분이다. 현재 지구 전역의 이 시기 퇴적층에서 발견되는 이리듐 농도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많은 학자가 인용해 온 이리듐의 양이 부정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충돌로 퇴적된 다른 외계 원소 오스뮴의 농도와 비교함으로써 충격으로 퍼져 나간 파편의 양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적으며 다시 계산한 이리듐 양을 근거로 추정할 때 생각보다 작은 물체가 지구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미 알려진 충돌 구덩이의 물리적 특성에 맞는 시나리오를 추적한 결과 작은 물체가 지름 180㎞의 충돌 구덩이를 만들려면 이동 속도가 더 빨라야 했을 것이며 여기에 맞는 천체는 주기가 긴 혜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이만큼의 이리듐과 오스뮴을 지구에 퍼뜨리자면 지름 5㎞의 소행성이 있었어야만 하는데 그 정도 크기의 소행성으로는 칙술룹 같은 충돌공이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전 주기가 긴 혜성들은 먼지와 암석, 얼음 따위로 이루어진 덩어리로 태양 주위를 매우 긴 타원 궤도를 그리며 도는데 이들의 공전 주기는 수백, 수천년이 보통이고 심하면 수백만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연구에 대해 한 충돌공 전문가는 "지구화학 기법으로 충돌체의 크기를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많은 학자는 지름 10㎞ 정도의 비교적 느린 소행성이 칙술룹 지역에 떨어져 광범위한 산불과 지진, 쓰나미를 일으켰을 것이며 여기서 나온 먼지와 유독 가스가 대기층을 채우면서 몇년 동안 지구 기온을 떨어뜨려 단기간에 대부분의 동식물이 멸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지구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름 1㎞ 이상의 물체들은 95%가 발견됐으나 1만3천~2만개로 추정되는 지름 140m 이상 소행성 중에서는 10%만 추적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근거리 소행성보다 혜성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들은 생애의 대부분을 지구나 태양으로부터 먼 거리를 돌고 있으며 이미 지구와 충돌한 대형 물체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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