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투자자 “부자된다” 부푼꿈
금융위기로 2년만에 급전직하
코레일 자본잠식… 경영악화일로
부동산시장 패닉… ‘4·1대책’ 찬물
책임은 없고 여전히 네탓 공방만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4·1부동산종합대책’으로 다소 숨통이 트이려던 부동산 시장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용산개발로 6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민과 30개 주주 간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된다. 사업에 참여한 30개사는 청산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여전히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다툼만 벌이다 1조원 허공에 날려
계획은 거창했다. 정부는 2006년 8월 KTX 건설로 7조원에 달하는 코레일의 부실을 털기 위해 용산차량기지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처음에는 용산차량기지만 개발하려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부이촌동 일대가 포함됐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30개 출자사는 1조원의 자본금으로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PFV)을 출범시켰다. PFV는 56만6803㎡ 부지에 30조5000억원을 투입해 111층짜리 랜드마크 빌딩인 ‘트리플원’과 쇼핑몰, 호텔, 아파트 등 첨단빌딩 60여개 동을 짓는 청사진까지 짰다.
사업계획이 무르익으면서 용산차량기지 땅값은 8000억원에서 10배인 8조원까지 치솟았다. ‘거품’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부동산 활황이라 거칠게 없었다. 계획대로만 되면 수조원의 이익이 떨어져 코레일은 초우량 공기업이 되고, 민간사업자들은 ‘대박’을 터트릴 것으로 기대했다. 일확천금을 꿈꾼 투자자들도 서부이촌동에 몰리면서 3억∼4억원짜리 아파트가 10억원이 넘기도 했다. 한결같이 샴페인을 터트릴 준비를 했다.
하지만 사업은 2년 만에 급전직하됐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권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더 이상 돈을 대지 않았다. AMC의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지분 45.1%)은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2010년 9월 주관사 지위를 내놨다.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한 롯데관광개발(〃25%)이 최대 주주가 되면서 코레일(〃29.9%)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코레일은 서부이촌동을 빼고 사업성이 있는 곳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하자고 주장했지만 롯데관광개발은 수조원이 더 들어간다며 반대했다.
사업자금이 고갈되면서 PFV이사회는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의했지만 돈을 입금하는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결국 용산사업은 지난달 12일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이자 52억원을 못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됐다. 코레일은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29개 출자사의 동의를 구했지만 출자사 상당수가 거부했다. 롯데관광개발은 12일까지 정상화 방안을 역제안할 계획이지만 코레일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용산개발사업은 신기루였다. 자본금이 개발비의 3.27%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의욕만 앞섰다. 용산사업이 좌초하면서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치명상을 입고, 온기가 돌려던 부동산경기도 급랭될 조짐이다.
코레일은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경영상태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코레일은 철도정비창 땅값으로 받은 2조4000억원 중 9일 5400억원을 먼저 지급할 계획이다. 이자를 포함해 나머지 1조8600억원은 분할 납입할 예정이지만 보유자금이 넉넉지 않아 금융권에서 빌려야 한다. 이 경우 이자만 연간 1000억원에 육박해 지난해 3384억원 적자를 기록한 코레일의 숨통을 조일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구본환 철도정책관은 “금융권에서 단기차입금으로 자본금을 메우지 못하면 채권 발행한도를 현재 자본금의 2배에서 4배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 경우 코레일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있어야 국민과 국회를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개발에 1170억원을 투입한 롯데관광개발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1971년 설립된 롯데관광개발은 자본금 55억원으로 국내외 여행알선업과 항공권 판매대행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다 용산개발에 뛰어들면서 제 무덤을 팠다.
서부이촌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회원들이 8일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새마을금고에서 열린 정부 주도 개발사업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장에서 변호인으로부터 소송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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