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진 지음/멘토프레스/1만3000원 |
‘디자인 좀 하십니까’는 공간디자이너 노성진 교수의 디자인 이야기다. 어느 날 한 지인이 노 교수에게 “디자인 좀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해 머뭇거렸던 노 교수는 “디자이너의 한 사람으로서 단답형 답변을 내놓지 못해 수필식으로 건어 엮듯 이 말 저 말 모아 긴 답변을 내놓게 되었다”며 집필의 계기를 밝힌다. 그러나 노 교수의 글쓰기는 단순히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초월한다. 디자이너의 삶과 철학으로 이어진다.
“디자이너는 연필로만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생각도 말도 행동도 행위도 그리고 눈빛도 마법의 도구이기 때문이죠.”
책을 읽다 보면 재능기부운동을 펼치는 저자의 철학이 엿보인다. 그는 저소득층을 위해 무료로 공간 건축을 제공했던 건축가 사무엘 막비의 삶을 본받았다. 1980년대 초 부인의 고향인 경기 여주군 용담마을로 거처를 옮긴 이후 마을회관을 설계하고 장수마을을 계획하여 실행에 옮겼다. 건축쟁이로서의 적극적 행동은 이에 머물지 않는다.
용담마을 주민들 얼굴을 하나 둘 크로키 하여 마을 사람들을 위한 개인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노 교수의 재능기부운동은 10명의 전문가, 교수 등과 함께 ‘팀10그룹’을 결성하면서 더욱 구체화되었다. ‘팀10그룹’은 나주·익산·하동·순천 등 현지 방문조사를 통해 재능기부보고서를 만들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 재능기부보고서를 본 하동군과 익산시는 유용한 도시디자인 자료로 채택하기도 했다.
노 교수의 재능기부운동은 초·중·고교의 학교 환경 바꿔 나가기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틈틈이 지자체에 디자인 관련 무료 컨설팅도 해준다.
노 교수는 “공무원 한 사람의 의식이 일본 요코하마를 세계 최고의 공공디자인 도시로 바꾸었다. 개개 지자체 특성에 맞는 디자인, 인간을 위한 디자인, 인문학적 시각을 고려한 디자인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의 디자인 철학이 담긴 책 내용은 독특하다. 도시 건축물의 획일적 창문을 바라보며 타인을 위한 도시공간 철학을 유도해 낸다. 찍어낸 듯한 아파트 디자인이나 교회 건축물들을 바라보며 디자인 철학의 빈곤을 지적한다. 거리 디자인에 관한 노 교수의 견해도 흥미롭다.
“거리를 한번 나가보세요. 현란한 간판들이 얼마나 어지럽습니까. 간판 문화는 그 나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입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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