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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은 노인정?'…국민들 호국영령 잊다

입력 : 2013-06-12 13:39:00 수정 : 2013-06-12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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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 속 60대노인들 안내표지판 들고 봉사
참배객 대부분 기업·관공서 단체 방문 ‘썰렁’
방문자 매년 증가하지만 자발적 참배는 줄어
“우리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누가 여기 찾아와 영령들을 보살필는지…”

불볕더위가 전국을 뜨겁게 달군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제58회 현충일을 하루 앞둔 이날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위해 국민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97세 노모의 마르지 않는 눈물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이준선(97) 할머니가 월남전에서 전사한 둘째아들 김장영 해병 병장(당시 24세)의 묘비를 부여잡고 흐느끼고 있다.
이제원 기자
현충원 내에서 ‘제한속도 20㎞’ 안내표지판을 들고 차량을 안내하던 김인례(63) 할머니는 자원봉사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요즘 아이들은 한국전쟁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김 할머니는 “60여년 전에 부모님이 전쟁 때문에 돌아가셨는데 내가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며 “사진으로만 본 부모님을 잊지 않기 위해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 생각에 매달 현충원을 찾아 추모하고,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와 현충원 등이 운영하는 ‘현충원 지킴이’에 지원해 꾸준히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현충원 지킴이 이회춘(62) 할머니는 더위에 연신 땀을 닦아내면서 참배객들을 위한 생수와 냉커피를 날랐다. 그의 한 손에는 ‘한 송이 헌화 기부운동’을 홍보하기 위한 전단지가 가득 쥐어져 있었다.

이날 현충원을 찾은 이들은 기업, 관공서의 단체방문객이 주를 이뤘다. 현충원에 따르면 2009년 200만5985명이던 방문객 수는 2010년 217만1139명, 2011년 257만5603명, 2012년 303만2882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현충원을 찾은 방문객의 대부분은 60대 이상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날 오후 현충원을 찾은 개인 방문객도 모두 60대 이상 노인들이었다. 가끔 젊은층이 오는 경우가 있지만 관공소나 기업의 단체 방문객이라는 게 현충원 측의 설명이다.

대전에서 온 김용휘(65) 할머니는 “매년 현충일 전날 찾아오곤 했는데 둘러보니 예년보다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사람들이 역사를 다 잊어버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현충원 관계자는 “현충원 방문객 증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안장 위수가 증가해 그에 따라 가족들의 방문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관공서나 기업들의 단체방문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또다른 현충원 관계자는 “현충일 주간 방문 예약 중 관공서나 공기업 단위 참배객이 예약인원만 10%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자발적으로 현충원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늘었다고 보긴 어려운 셈이다. 단체방문의 경우에도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단순 관람’ 수준에 머무른다.

이날 학교에서 단체로 현충원을 찾은 임지은(16)양은 “여기서 뭘 봐야 할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와서 추모를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소풍하듯이 왔다가 그냥 둘러만 보고 가는 느낌이라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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