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별 원인찾아 맞춤치료 기대 우리나라 위암 발생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MSI) 위암’에 관여하는 대규모 유전체 돌연변이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유전체가 불안정하면 암을 유발하기 쉽다. 유전체 불안정성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가 바로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다. 우리나라 위암의 10∼15%가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에 의한 위암으로 분류된다.
현미부수체란 인간의 전체 유전자 중 같은 염기가 반복되어 있는 부위를 말한다. 이 부위에 염기가 결손되거나 삽입된 게 복원되지 않아 정상적으로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못하면 암이 발생한다.
차병원그룹 차암연구소 김성진 소장팀과 서울대 의대 외과 양한광 교수팀은 한국인 위암 환자 16명의 유전체 해독을 통해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위암에 관여하는 돌연변이 133만 2422개 전체를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또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돌연변이 9554개도 함께 발굴했다. 관련 논문은 유전자 분야 권위지인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규명된 돌연변이 중 30%는 모든 환자에서 공통으로 나타나지만 70%는 개인에 따라 발현 정도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각기 다른 돌연변이를 분석하면 돌연변이 유형에 따라 암의 전이를 유발하는 돌연변이, 암의 재발에 관여하는 돌연변이, 항암제 내성에 관여하는 돌연변이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각각의 위암 유발 원인을 찾아 개인별 맞춤형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연구팀은 특히 현미부수체가 안정적인 위암에도 약 29만개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현미부수체의 돌연변이가 모든 위암의 발생에 주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김성진 소장은 “수많은 돌연변이에도 불구하고 암세포가 증식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암세포가 그만큼 환경 적응능력이 뛰어나고, 이는 곧 한 가지 방법만으로 암을 치료하는 게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위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등의 치료에는 유전자 돌연변이 유형에 따른 맞춤치료법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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